바야흐로 대학입학의 시즌에 맞추어 이런 글도 미리미리 써두면 지나가던 고3, 재수생, 삼수생, 사수생 등등 전국각지의 수험생이 보고 조금이라도 참고를 했을텐데, 새삼 뒷북질을 하는 셈이라서 미안코 또 미안타만 어쨌든 내맘대로 내블로그니까, 시간이 안맞았음을 안타까워 할 뿐.
우선, 이 글에 나름대로의 신뢰성을 높여두고자 필자의 신분 두 가지를 이야기 해둬야겠다. 1. 그 이름도 찬란하다 못해 욕까지 먹는 강남의 유명학원가 중 한 곳에서 논술강의를 들었다. (뭐, 그렇다고해서 '강남논술'에 대한 무조건 신뢰가 좋다는 건 아니다.) (지금은 손모씨의 M사가 거의 강남을 접수하다시피 했지만-학원계의 레알마드리드- 내가 다니던 시절에는 M사가 서서히 시장확장을 하던 시기였다. 유명 수학강사 P씨가 내가 다니던 해를 끝으로 D학원을 그만두고 서초동 M사의 원장직과 인터넷 강의 지분을 받으며 옮겼던 때니까.)
2. 진학한 학과는 인문사회계열의 학과인데, 글빨로 학점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라고만 해두자. (아는 사람은 좀 알겠지만, 언제나 시험이 '~에 관하여 논하시오' 이따위인 과가 몇 군데 있다. 차라리 시험을 보고 맞고 틀리고 하는게 마음은 편할 거 같다만)
어쨌든, 그렇게 논술강의를 듣고 대학에 진학했고 진학한 학교에서도 매번 논술로 시험을 보고 있으니 찌질한 학원강사보다는 조금 나은 실력이라고 자부한다.
그럼, 지금부터 대략적이고 대충 둘러메는 논술강의에 앞서 논술을 쓰는 사람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능력에 대해 언급하겠다.
1. 깔끔한 글씨체 2. 표준어법 3. 글을 읽을 줄 아는 능력 4. 숫자 세는 능력
다들 논술강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을텐데 논술을 컴퓨터에서 작성하여 이메일로 제출하는 시험형식이 적용되지 않는 이상 깔끔하게 글 쓰는 법은 필수다. 당연히 컴퓨터 인쇄체 같이 글을 쓰라는 말이 아니고 읽는 사람이 볼 때, 다른 단어로 착각할 정도라던가 종이를 딱 보는 순간 "하아.." 하며 한숨을 쉬게 만들 정도의 글씨는 안 된다는 거다. 글씨를 잘 쓰는 법은 다음과 같다. '자주 쓰는 연습을 하고, 쓸 때에는 집중해라'
학생들이 주장한다. "어떻게 글씨를 가지고 판단을 하냐! 글씨가 아닌 내용으로 판단해라!"
나는 이렇게 질문하고 싶다. 너는 장님이 아니면서도 눈을 감고 사람을 만날 것이냐? 글씨는 논술내용을 보여주는 얼굴이고 두시간 정도만 집중하면 누구나 깔끔하게 쓸 수 있다. 그 시간동안 집중도 못할 사람이면 대학가서 뭘 하려고 그러냐? 그나마 사람이나 되니까 글씨가 '깔끔한' 수준에서 그치면 되지만 기계가 채점하면 못난 글씨들은 죄다 '인식불가'로 0점처리 될거다.
글씨는 중요하다. 논술공부 하는 내내, 글씨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라.
인터넷과 폰문자의 영향으로, 그러지 안앗죠- ㅋㅋㅋ, 니마 꺼지셈, 우왕ㅋ굳ㅋ, 그게 더 낳다-, 이따위 글들을 계속 쓰다보니 진짜로 그런 글을 쓰는 애가 은근히 있단다. 이런 걸 쓰는 순간, 채점자는 "아, 이새키 완전 병진탈춤을 추는구나" 라는 판단을 하고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합격선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점수를 깎기도 한다. 고로, 글씨만큼 중요한 것은 표준어법을 익혀두는 것이다. (띄어쓰기 포함-) 이런 것들은 고등학교 선생님이나, 학원가에 가면 언제나 넘치는 자료들이니까 틈날 때마다 읽어보면서 익혀두면 좋을 것이다.
다음은, 글 읽는 능력. 논술은 글 쓰는 능력이 아니고, 글 읽는 능력이 우선이다. 논술문제에 첨부된 지문을 읽었을 때, 혼자만 안드로메다행 직행버스를 타버리면 그 대학과는 영원히 바이바이. 그나마 수험생들이 다행인 점은, 언어영역 시험을 준비하느라 지문을 읽고 이른바 '표준적'으로 내용을 분석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학입학 논술문제가 어렵다고 해도 응시자들이 이해하지 못 할 내용을 제시하지도 않고 읽어보면 금방 이해가 될 말들의 집합임을 명심하여 읽는 능력을 잘 개발해두길.
마지막, 숫자 세는 능력. 시간계산 실패로 글 마무리 못 하는 사람. 글자 수 맞추지 못 하는 사람 논술계의 두 찐따가 되시겠다. 적어도 이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연습을 자주해라. (수능시험 시간도 맞췄으면서 이걸 못 할라구, 설마...-_-)
이와 같은 네 가지 신물을 보유한 자가 천하를..응?! 이게 아니고 네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대략 다른 수험생들과 출발선에 나란히 섰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논술을 좀 더 잘 쓰기위한 스킬에 대해 언급을 해보자.
물론, 논술을 정말 잘 쓰기 위해서는 꾸준히 (한 10년쯤) 책을 읽고, 신문, 뉴스, 영화, 잡지 등 여러가지 매체를 보며 자신보다 조금 더 아는 사람과의 토론을 생활화 하여 자기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되면 된다. 10년쯤 걸린다는 것 때문에 좀 어려울 뿐이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근데, 당신은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학교생활 외의 여가시간에 너무 바쁘셔서- (친구들과 놀고, 인터넷에서 찌질대고, 시험준비하고, 학원가고, 연애하랴, 연예인들 보면서 감상하랴-) 차마 저런 수련과정을 겪을 새가 없었고 수능이 끝나자 마자 한 두 달쯤 남은 대학 논술시험을 준비한다고 갖은 수를 쓰게 된다. (보통은 돈을 내면 다 알아서 해주는 학원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당신같이 논술에 관심없다가 '갑자기' 입문한 케이스가 절반은 넘는다는 거다. (바꿔 말하면 다들 거기서 거기란 뜻)
논술을 좀 더 잘 쓰기 위한 스킬의 첫 번째. 자신의 점수대에 걸맞는 논술전략이 있어야겠다.
대학이 점수별로 등급화 되어가는 것에 캐반대하는 입장이라, 쓰기 껄끄러운 표현이지만 어쨌든 점수에 맞게 대학을 지원한 당신에겐 적절한 논술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이 '상향지원'을 한 상태에서 논술을 써야 한다면 합격할 방법이 딱 네 가지가 있다. 1. 앞서 언급한 10년 수련을 마칠 것. 2. 입학관리처장에게 뇌물을 먹일 것. 3. 남들이 발로 썼기를 기도할 것. 4. 정 반대의 주장을 할 것.
당신이 그저그런 논술 응시생이라면, 논술로 합격선을 뒤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니까 위의 네 가지 방법을 시도하길 바란다. (진심이다) 논술로 뒤집힌다는 것은 1번 케이스 정도의 명문장 생성기 정도다. 4번의 경우는 상당한 모험이 감행되어야 하는 것인데, 의외로 이런 놈들이 많다는 것이 단점이다. 논술 응시생의 80%는 일반적 주장으로, 약간 삐딱선을 타는 친구들이 '일반적 주장'의 반대로 19%정도 마지막 1%가 당신같이 상향지원한 상태에서 눈에나 들어보자고 도전하는 안드로메다행 주장이다. 반대주장의 경우 논리적으로 의견을 전개하면 오히려 점수를 잘 받기 때문에 논리전개에 자신있다면 도전할 만 하다. 허나, 당신처럼 눈에 들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안드로메다식 주장을 해버리면 (Ex. 안락사 관련 문제에서 사후세계가 존재하니까, 안락사는 인류에게 문제가 안된다- 뭐, 이따위?!) 블랙홀 행 KTX 1등석 티켓을 현찰구매한 셈이 되니까 조심하길 바란다.
자신이 '하향지원' 또는 '적정지원'을 한 상태라면 딱 한 가지만 기억하자. 이상한 주장만 하지말자 당신도, 남도 비슷비슷한 논술학원을 다녔을 것이며 주어진 시간이나, 익힌 시간도 비슷하다. 절대 점수 더 받아보겠다고 안드로메다행 직행버스만 타지 않으면 논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하는 거니까, 제발 이상한 주장만 하지 말아라.
논술을 좀 더 잘쓰기 위한 두 번째 스킬. 바로 절대적인 '왕도'라 할 수 있는 학원용 스킬이다.
논술을 쓰라고 하면 우선 막막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내 생각도 없는 마당에, 남의 생각을 읽고 요약하고 자기 의견까지 제시하라니! 당연히 막막하고 벙찔 뿐이다.
허나, 논술학원을 다니고 나면 대충 감이 잡히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단 두 가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1. 논술이라는 형식이 '익숙해'졌다. 2. 학원에 다녔다는 '최면'에 걸렸다.
논술이라는 것도, 어찌되든 간에 한 형식에 불과하며 수학문제처럼, 가장 정형화 된 공식이 존재하는 글쓰기의 방식이다. 그건 무슨 말이냐, 몇 번 읽고, 연습해보면 누구나 '고만고만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난 학원을 다녔으니까! 라는 선생들이 걸어주시는 최면에 빠져 논술문제가 잘 이해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논술학원에서 가르치는 스킬은 다음과 같다. 1. 기계적인 '글자 수' 배분 방법 2. 주제에 대한 기계적인 접근법 3. 예상되는 문제 짚어주기 4. 자신감 심어주기
이 네 가지가 학원에서 가르치는 스킬이며, 이는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학원 강사들은 논술이 '공식' 글쓰기임을 알고, 최대한 빨리 몸에 익히게 해서 최소한 보통 수험생이 쓰는 글 정도는 쓸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자 수와 문단 수를 재빨리 계산하여 결정한 후, 바로 개요를 작성하여 글을 써내려가는 것이다.
공식은 보통 다음과 같다.
논술 분량에 있어서 500~800자 정도면 아주 단문에 속하고 1000자 내외가 보통, 1200~1300자 이상이 장문에 속한다. 고로, 분량에 따라 문단을 나누는 형식은
단문 : 3 문단 중문 : 3~4문단 장문 : 4~5문단
글자 수는 한 문단에 200자~300자 분량으로 잡아주면 된다.
이제는 아마 단문 논술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여러 지문을 비교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분량이 1000자에서 1300자가 보통일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론을 2~3문단으로 나누어, 지문을 비교 분석해주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후, 마지막 결론에서 강조하는 형식으로 마무리를 하면 된다.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글 형식은 이게 전부다. 이걸 여러 문제로 접하면서 '분량'을 딱 보는 순간 '아 이건 이런이런 구성-'이라는 반응이 나오도록 '훈련'을 하는 셈이다.
논술 주제에 대한 기계적인 반응은, 평소에 나올만한 주제에 대해서 접근하다보면 답이 나온다. 논술은 애매모호한 의견이 나올만한 주제를 문제로 출제하지 않는다. A아니면 B라는 의견이 확실한 주제를 낸다. 예를 들면, 안락사나 뇌사 인정, 기여입학제 등등 제시되는 지문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문제인 경우, 분명히 지문의 내용을 잘 해석해보면 한쪽으로 의견이 치우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한 포인트를 읽어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로 기계적인 주제접근이다.
고로, 예상문제에 대한 부분도 쉽게 답이 나온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 중에서 의견이 확실하게 갈리는 것이 어떤 게 있겠는가? 대운하 사업같은 경우에는 당선자의 이런 저런 말도 있고 그래서 주제로 손대긴 쫌 크고, 태안유출사고에 대한 기업의 자세 라던가, 봉사활동의 가치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나올만한 분야가 된다는 것 이다.
인디언의 기우제는 반드시 비가 온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영험해서가 아니라, 비가 오는 그 날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강남학원가가 문제적중률이 높은 이유는 물론 문제를 엄선하는 학원의 노력도 있지만, 나온 문제만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적중시키지 못한 90%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저 '참고자료와 연습문제'로 평가되는 법이다. 이것이 그들이 심어주는 자신감의 정체이자, 강남불패의 실체이다.
자, 이제 학원에서 가르치는 스킬까지 익혔으니 학원에 가지 않고도 연습하는 방법이나 익혀보자.
1. 연습하기 - 읽기 실질적으로 논술을 연습하기 위해서는 신문구독이 매우 도움이 된다. 조선일보든, 한겨레든 구할 수 있는 신문을 다 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사설'이 아닌 '칼럼' 분야를 읽을 수 있도록. (신문마다 여러가지 이름으로 기사가 나오는데, 한 사람의 사진과 사회 이슈에 관한 의견을 적은 부분이 바로 칼럼 이다. -시론이라고 하기도 하고) 사설과는 달리, 꽤나 오래 생각해서 쓴 글이기도 하고, 사설처럼 신문사의 논조만 너무 강하게 드러나는 글이 아니니 적정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으며, 논술 연습문으로 읽어둘만 하다.
2. 연습하기 - 쓰기 쓰기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글의 분량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분량이 얼마 안 남아도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분량이 많이 남아도 말을 적절히 돌리며 공간을 메꿀 수 있는 법이다. 이런 쓰기 연습은 친구와 둘이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선생님이 있다면 더 좋겠고) 앞서 언급한 칼럼을 200자로 요약하는 연습을 하여 읽어보는 방법이 괜찮다. 주의할 것은 중요한 내용을 손상시키지 않으며, 잔가지를 모두 털어내는 데에 있다. 요약을 분명하게 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내용을 뽑아낼 줄 안다는 것이고, 그렇게 내용을 뽑아낼 수 있게 되면, 내용을 불려나가는 것 쯤이야 껌이다.
3. 연습하기 - 실전대비 논술은 기출문제를 '풀어볼' 필요는 없고, 지원한 대학의 성향을 연구하는 자료로 사용하면 된다. 즉, 까다롭고 희한한 내용이 논술문제로 자주 등장하는 학교의 경우는 논술 점수 비중이 높으며, 생각보다 논술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며 문제가 무난~하고 별 특징이 없는 학교인 경우는 논술은 그냥 지원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정도로만 참고한다는 뜻이 되겠다. 고로, 원하는 대학의 기출문제를 주욱 살펴보면 대략 감이 올 것이니 (보통 분량, 형식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신문에 나오는 주요 기사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서론-본론-결론으로 써보는 실전연습을 해야 한다. 우선은 1-2문단 정도의 300-400자 짜리 단문연습을 하면서 서서히 분량을 늘려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4. 연습하기 - 참삭지도 논술에 있어서 참삭지도가 없으면, 본인도 불안할 뿐만 아니라 논리전개에 비약이 생기는 자신만의 단점을 보완하지 못 한채, 스러져가는 꽃잎마냥 논술 점수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사실상 논술학원 존재의 유무를 결정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고로, 참삭지도를 받는 것은 필수다. 당신이 보기에 무능해보이기 그지없는 학교의 국어 선생님들은 적어도 당신보다 많은 세월을 살아왔고, 게다가 언제나 글을 읽어오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선생님께, 참삭지도를 부탁드리는 것은 결코 실례가 아니고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써먹길 바란다.
자, 아직도 논술이 어렵니? 그래. 어려워도 연습하면 남들만큼은 쓸 수 있단다. 비법은 아닐지라도, 논술의 채점매커니즘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글도 여기서 끝내야겠다.
논술의 채점과정은 사실상 수험생이 생각하는 것 보다 허술하다고 볼 수 있다. 대학입학처에서는 논술고사 채점이 이루어 질 때, 학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여 채점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그들이 점수를 매긴다기 보다는, "분류"를 하는 역할이지만.
아무튼, 많으면 수천명의 수험생이 논술고사를 보고서 B4용지를 무더기로 뿌려놓고 도망가는데 누가 그걸 일일이 다 읽을 수 있을까?
우선 '알바'들은 분량초과, 분량미달을 죽죽 던져낸다. (당연하지. 걔넨 우선적 점수미달자인데-) 다행히 분량은 눈으로 봐도 확연하게 구분이 되니까 편하다.
자, 다음은 정상적인 집단에서 내용을 검토하는 시간이다. 만약 컴퓨터의 스캔기능이 더욱 발달한다면, 아마 이 채점과정은 기계가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무슨 말이냐고? 1500자 분량이라고 하더라도, 200자 원고지 7-8매 분량이다. A4용지에 10pt 글씨체로 꽉 차게 한 장 쯤 쓴다는 말이다. 모두 '주관적'감정이 섞이는 인간이기에 모든 글을 읽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누구는 A 누구는 B라는 점수가 객관적으로 성립하기 힘들단 거다. 운이 좋아서 '병신' 알바한테 걸리면 A+ 운이 나빠서 꼼꼼한 알바한테 걸리면 탈락.
자, 과정도 공개되지 않는 마당에 쟤가 읽어서 탈락했어요, 라는 말을 할 수나 있을까?
고로, 학교에서는 이른바 '득점어휘'같은 것으로 판단한다는 거다. 분량과 원고구성 (눈으로 슥~ 봐도 보이는 부분) 에서 크게 하자가 없는 애들의 원고가 잔뜩 모여 있을 때, 이른바, 학교측에서 원하는 '득점어휘'를 넣어 글을 써줄 때마다 점수는 상승한다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A를 말하지 않고서, BCDEF......아무리 줄창 떠들어봤자 탈락. 이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문에서 언급되는 중요한 표현이나 단어. 이런 것들은 한 번씩 후벼줘야 된다는 것이다. 이걸 언급한 자들은 적어도 다음 칸으로 이동하여 '정밀분석'의 기회라도 얻는다는 것이지.
이러한 형태가 일반적인 논술고사 채점의 매커니즘입니다. 부디 '왜 그대는 나의 명문을 알아봐주지 않는가' 라고 울지말고 이런 형태를 인식하여 적어도 눈밖에 나지 않는 것만이라도 하세요. 정말 그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다면, 잠깐 자존심을 구기고, 개성을 말아먹는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서 정말 명문을 쓴 애가 합격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본인이 바꿔나가십쇼. ㅇ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