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Major

정치적 과일, 감귤

Ken. 2007. 12. 11. 11:57

제주도라는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하여 매우 특이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른바, '괸당'정치라는 것이 활개치는 곳이기도 하며
지리적 여건상 1차와 3차산업,
그리고 공무원산업만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이른바, 거기서 만들어지는 것이 '괸당'이라는 개념인데,
제주방언으로 '아는 사람'정도라고 보면 된다.
가족이나 친척뿐만 아니라, 연줄이 닿는 사람들을 대부분 일컫는다.
그러다보니, 타지사람이 정착하기에는 초기에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지금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상당히 폐쇄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그리하여, 정치를 할 때에도 이러한 내용이 나타나는 데
정책이나 공적보다 우선하는 것이 바로 괸당의 파워라는 것이다.
지난 2006년 5월에 이루어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현명관 후보와, 당시 현직 지사였던 김태환 후보의 대립에서
김태환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괸당'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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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산업과 3차산업은 이해가 되는데 공무원 산업이라는 말은 잘 이해가 안 될듯 싶다.
제주도에서 적당히 살기 위해서는 1차산업이나 3차산업이나 공무원에 종사하는 것이 가장 좋고,
조금 잘 살고 싶으면 공무원을 하면서 1차산업이나 3차산업을 겸하는 것이 좋으며
큰 부자가 되려면 7-80년대에 2차산업을 손댔으면 됐다.
즉, 적당히 사는 것과 조금 잘 살사는 것은 현재도 실현이 가능하지만
큰 부자가 되는 것은 과거형의 문제이다.
사실상 공무원이 아니면 제주도에서 살아가기 힘들다는 말이다.
1차나 3차산업들도 공무원과 모두 연계되어있고, 공무원이 없으면 사실상 시장형성이 힘들정도.
이제는 제주도에서 '공무원산업'이라고 불러도 충분할 정도이다.

그리고 이런 특이한 제주도에서, 더욱 특별한 모습이 보이고 있어서
과연 이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분야가 있다.

제주의 1차산업은 역시나 '감귤'이다.
척박한 토지 덕택에 논농사도 거의 불가능하고, 밭작물이라고 해도 큰 이익을 내기가 힘들다.
감귤의 경우 그 재배면적이 가장 넓기도 하거니와,
도에서까지 추진하는 '생명산업'이기 때문에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작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와 착색감귤 등의 무단유통 때문에
1. 제주 감귤의 맛이 떨어지고 있고
2. 쓸데없는 감귤의 시장진출로 인하여
이런 두 가지 연유로 하여금 감귤 값이 폭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2007년 현재, 제주도 '관'의 입장에서 이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12월 결국 제주도지사는 감귤소비촉진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말이 소비촉진이지 사실상 감귤을 사라는 말이다.)
도청의 각 실과에 몇천상자씩 할당량을 내려 소비하라고 지시되었고,
대부분 태풍피해시 보은의 형식으로 감귤을 보내거나, 그런 식으로 할당량을 소진하고 있다.
아니면 직원 한사람당 얼마씩 구매를 시키기도 하는 상황이다.

공무원이라는 존재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공무에 종사하라는 사람들을 모아다가 1년동안 감귤 밭에서 일을 하게 하고 이젠 감귤까지 사라고?
제 아무리 공무원 의존도가 높은 곳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니다.
공무원의 '사무비용'은 분명히 국민의 세금이다.
그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여 감귤을 구입하는 것은 1차산업기반 붕괴를 막기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결코 감귤을 살려내지는 못한다.
(공무원 중에 감귤밭을 소유한 사람들이 많다. 즉, 세금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는 꼴이지만, 그런 커넥션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감귤농사가 죽으면 분명 제주도는 죽는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맛있는 감귤'재배지는 계속 북상하고 있다. 그나마 감귤농가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쌓인 감귤관리 노하우 덕분이다. 즉, 감귤농가가 추진해야 될 방향은 분명히 10년전과는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감귤은 시장상품이며, 수요와 공급 그리고 소비자의 호불호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주도에서는 항상 이런 감귤의 순환이 존재한다.
감귤을 재배한다.
겨울철에 좋은 값에 판매한다.
값이 좋다는 말에 다음해에 감귤을 더 재배한다.
감귤물량 초과로 값이 폭락한다.
농민들이 감귤값 물어내라며 시위한다.
도 정부가 갖은 방법을 써서 어느정도 복구해준다.
농민들은 다시 감귤을 재배한다.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서 감귤을 재배하고서, 정부에 값을 보상하라고 한다고?
쌀과 같은 생존용 작물이 아닌, 기호식품인 귤의 경우에는 생산자의 선택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제주도의 작물이기에 정부가 살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감귤농가는 과연 정부 정책을 얼마나 따랐는가 스스로 물어보길 바란다.

선거법위반 공판이 원심파기판정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얻은 제주도지사의 행보는 갈 수록 가관이다.
선거법위반으로 목숨이 '간당간당'할 때에는 감귤을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을 고수하다
목숨을 건지자 바로 시작하는 일이 각 과에 감귤을 사라고 지시를 한다.

지극히 정치적인 작물인 감귤.
이젠 다른 방법을 찾아야 되는 게 아닐까.
감귤은 맛있어야 사는 법이지, 무조건 판매량을 늘린다고 감귤이 맛있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되면 정부가 사주는 감귤은 결국 치마폭에 자식을 담아 키우는 꼴이다.

이젠 정말 답답한 짓 좀 그만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