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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잡담 32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21. 수영장이 있는 알베르게

2008년 7월 6일, 폐성당에서의 밤은 아름다웠지만 아침에는 몸이 조금 힘들었다. 거의 노숙을 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더 많은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는 루트 이 지역 이후부터는 거의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카스트로헤리스(Castrojeriz)라는 곳이다. 성까지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 당시에는 가보지 못했다. 이 성까지 올라가면 주변 풍광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아래 조성되어 있는 카스트로헤리스 마을은 대단히 큰 곳은 아니지만,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치 중세시대의 유럽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동네 강아지들도 사람들을 많이 보겠지만, 동양인은 드물게 보는지 나를 한참 저렇게 쳐다본다. 부르고스(Burgos)와 레온..

인생잡담 2024.06.2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9. 부르고스(Burgos)까지 향한 날

산티아고 순례길이 언제나 순탄하지는 않다. 2008년 7월 4일 컨디션이 너무 떨어졌던 이 날, 나는 버스를 탔다. 산 후안 데 오르테가(San Juan de Ortega)까지산신령의 알베르게 같은 곳에서 비스킷과 우유로 아침식사를 마치고서 또 걷기 시작했다. 이번 코스에서는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이 아닌, 숲 길이 있었다. 숲 길이라는 말은 결국 '산'이라는 뜻이다. 산 길처럼 계속 오르는 언덕은 아니지만, 조금씩 언덕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새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이름을 알 수 없는 표지석들이 때때로 나타나는데, 사람들이 돌을 쌓아두기도 하고 저마다의 표식을 하고 가기도 한다.  순례길을 따라 마을이 조성된 경우도 있다 보니, 현대에 만들어진 도로들은 이 순례길 주변에 조성된 경..

인생잡담 2024.06.25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8. 산신령 할아버지를 만난 날 - 사설 알베르게, 일반적인 알베르게 요금제도

2008년 7월 3일, 그라뇽(Grañon)에서의 아침을 맞이했다. 간밤에 이야기를 하다 친해진 사람들과 이별을 하며, 명함을 주고받기도 했다. 여행이 끝나서 자기네 동네로 오면 꼭 연락하라면서 출발을 했다.  그라뇽에서 에스피노사 델 까미노까지그라뇽에서 너무 즐거운 밤을 보내다 보니 감동을 하며 다음 날 길을 시작했다.마음이 즐겁다고 해서 길이 다 즐거운 것은 아니다. 그늘 없는 사막이나 다름 없는 길을 끝없이 걸어가게 되어있고, 누적된 피로가 조금씩 나를 흔들기 시작한다. 발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물집을 터뜨리면 얼얼해서 걷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쯤에서 내가 깨달았던 사실은, 자기 발에 적당한 텐션이 있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걸어보겠다고 신발끈을 꽉 죄어버리면, 오히려 발 근육의 자연스러운 움직..

인생잡담 2024.06.25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7. 순례자길 최고의 밤, 잊을 수 없는 그라뇽(Grañón)의 밤

보통 나헤라(Nájera)를 지나면, 또 만나게 되는 큰 도시인 산토도밍고 델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Calzada)에서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이곳 평판이 좋지 않아서 마을 하나만 더 걸어가자고 결심한 이 날, 나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나헤라에서 그라뇽까지 - 끊임없이 이어지는 벌판 나헤라를 빠져나오고 산토도밍고 델라 칼사다까지 걸어가는 길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구간이다. 하늘은 이렇게 멋있지만, 햇빛을 피할 곳이 하나도 없는 벌판이 계속된다. 저마다 가방에 구겨넣은 자신의 인생을 짊어지고 그냥 뚜벅뚜벅 걸어간다.뜨거운 태양 아래서 두 세시간 쯤 걷고 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리가 계속해서 걸어간다.조그마한 마을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잠깐의 짬을 내어 음료를 마시..

인생잡담 2024.06.1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6. 로그로뇨에서 나헤라까지

2008년 7월 4일, 로그로뇨를 출발해서 나헤라까지 걸어간 날이다.  산티아고 순례자길을 따라서 걸으면, 이것보다는 조금 짧게 걸어갈 수 있다. 약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산타 마리아 데 라 아순시온 성당 (Iglesia Santa María de la Asunción)로그로뇨(Logroño)는 나름 커다란 동네라서 대성당(Concatedral)이 있다. 규모가 상당히 큰 성당이다. 한국으로 치면 상위 교구에 해당하는 성당이다. 로그로뇨를 출발하면서 그런 성당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로그로뇨를 빠져나오면 곧 만나게 되는 게, 바로 이 폐허다. 산 후안 데 아크레(San Juan de Acre)다.옛날 순례자들이 아팠을 때, 이들을 보호해주고 간호해 주던 병원 터다. 이 건물도 예전에는 성당에서 ..

인생잡담 2024.06.1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5. 한국음식을 해먹는 날

2008년 6월 30일, 로스 아르코스에서 로그로뇨(Logroño)까지 걸어간 날이다. 아침 일찍 달리자: 7시 20분 출발산티아고 순례길은 정말 덥다. 6월 중순부터는 해가 정말 뜨겁게 내리쬐고, 기온은 약 30도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습도가 낮은 사막 같은 곳이라서 해가 지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 밤이 되면 살짝 춥다고 느껴질 정도다. 해가 가장 강해지는 12시부터 2시에 걷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매일 조금이라도 더 일찍 출발하게 되었다. 아침 7시 20분에 준비를 다 마치고 다음 도시인 로그로뇨로 출발했다. 길은 아스팔트와 흙길을 넘나든다. 신나게 걸으며 가다 보면 작은 마을을 여러 개 지난다. 오래된 건물들이 유지되고 있는 작은 마을들을 지나다 보면, 책에서나 볼 것 같은 광경이라 신비로울 때가..

인생잡담 2024.06.13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4. 순례자들에게 뿌리는 공짜 와인? 이라체(Irache)

산티아고 순례자길이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무슨 게임처럼 매일 새로운 이벤트가 있다는 것이다. 에스테야(Estella)의 알베르게에서 맞이한 아침도 그렇게 시작했다. 노래로 시작한 에스테야의 아침2008년 6월 29일, 일요일이라 특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벽 6시 알베르게에 노래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대부분 침대에서 누워서 노래를 들으며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노래가 다 끝나자 모두 침대 속에서 앙코르를 외치며 웃으며 일어났다. 별 거 아닌 노래 한 곡으로 기분 좋은 아침이 시작됐다. 식당에 모여서 빵과 과자, 우유나 커피 등을 마시면서 가볍게 아침 요기를 하고 일곱 시 무렵이 되자 모두 출발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로스 아르코스(Los Arcos)라는 곳으로, 나름 큰 동네에 해당하..

인생잡담 2024.06.12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3. 에스테야(Estella)까지

하쿠에 호텔에서 조금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서, 또다시 아침 일찍 걸음을 옮겼다. 호텔 정원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아주 상쾌했다.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에서 에스테야(Estella)까지 2008년 6월 28일, 이 날의 코스는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테야까지 약 20Km 정도였다.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 같이 걷게 되었던 형의 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도로를 타고 걷기로 했다. 원래 길을 따라간다면 흙길을 계속 걸었을 테지만, 거리를 좀 줄이기 위해서 직선 도로를 따라 걸었다. 물론 이 때는 몰랐다. 흙길을 걷는 쪽이 컨디션 회복에 더 좋았다는 것을. 딱딱한 아스팔트를 계속 걷는 것이 오히려 근육 긴장을 높여서, 걸을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걸 이때까진 잘 몰랐다. 푸엔테 라 레이나는 ..

인생잡담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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