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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11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21. 수영장이 있는 알베르게

2008년 7월 6일, 폐성당에서의 밤은 아름다웠지만 아침에는 몸이 조금 힘들었다. 거의 노숙을 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더 많은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는 루트 이 지역 이후부터는 거의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카스트로헤리스(Castrojeriz)라는 곳이다. 성까지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 당시에는 가보지 못했다. 이 성까지 올라가면 주변 풍광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아래 조성되어 있는 카스트로헤리스 마을은 대단히 큰 곳은 아니지만,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치 중세시대의 유럽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동네 강아지들도 사람들을 많이 보겠지만, 동양인은 드물게 보는지 나를 한참 저렇게 쳐다본다. 부르고스(Burgos)와 레온..

인생잡담 2024.06.2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20. 노숙 아닌 노숙? 산 안톤의 폐성당에서 잠을 청하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더 많은 시간을 쉬자, 몸은 훨씬 가벼워졌다. 그래서 이 날은 아예 걷는 데에만 집중해서 계속해서 걸었다. 새벽부터 저녁 5시까지, 잠깐 밥을 먹는 시간만 빼고 계속 걸었던 것 같다. 2008년 7월 5일, 이 날은 폐성당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다. 메세타 고원을 지나는 고행이 지역부터는 대부분 메세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대단하게 높이 올라가진 않지만, 올라가서 한참을 걷다 내려오고, 또다시 올라가는 형태다. 체력소모가 상당히 심한 구간이 되기 때문에,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걷는 게 좋다. 그리고 아침식사를 좀 든든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아침식사(Desayuno)라고 써있는 식당에 가면 이런 아침식사를 판매했다. 샌드위치(Bocadillo)와 또르띠야(Tortilla), 음료 등을 포..

카테고리 없음 2024.06.25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9. 부르고스(Burgos)까지 향한 날

산티아고 순례길이 언제나 순탄하지는 않다. 2008년 7월 4일 컨디션이 너무 떨어졌던 이 날, 나는 버스를 탔다. 산 후안 데 오르테가(San Juan de Ortega)까지산신령의 알베르게 같은 곳에서 비스킷과 우유로 아침식사를 마치고서 또 걷기 시작했다. 이번 코스에서는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이 아닌, 숲 길이 있었다. 숲 길이라는 말은 결국 '산'이라는 뜻이다. 산 길처럼 계속 오르는 언덕은 아니지만, 조금씩 언덕으로 되어 있어서 어느새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이름을 알 수 없는 표지석들이 때때로 나타나는데, 사람들이 돌을 쌓아두기도 하고 저마다의 표식을 하고 가기도 한다.  순례길을 따라 마을이 조성된 경우도 있다 보니, 현대에 만들어진 도로들은 이 순례길 주변에 조성된 경..

인생잡담 2024.06.25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8. 산신령 할아버지를 만난 날 - 사설 알베르게, 일반적인 알베르게 요금제도

2008년 7월 3일, 그라뇽(Grañon)에서의 아침을 맞이했다. 간밤에 이야기를 하다 친해진 사람들과 이별을 하며, 명함을 주고받기도 했다. 여행이 끝나서 자기네 동네로 오면 꼭 연락하라면서 출발을 했다.  그라뇽에서 에스피노사 델 까미노까지그라뇽에서 너무 즐거운 밤을 보내다 보니 감동을 하며 다음 날 길을 시작했다.마음이 즐겁다고 해서 길이 다 즐거운 것은 아니다. 그늘 없는 사막이나 다름 없는 길을 끝없이 걸어가게 되어있고, 누적된 피로가 조금씩 나를 흔들기 시작한다. 발에 물집이 잡히기도 하고, 물집을 터뜨리면 얼얼해서 걷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쯤에서 내가 깨달았던 사실은, 자기 발에 적당한 텐션이 있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걸어보겠다고 신발끈을 꽉 죄어버리면, 오히려 발 근육의 자연스러운 움직..

인생잡담 2024.06.25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3. 에스테야(Estella)까지

하쿠에 호텔에서 조금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서, 또다시 아침 일찍 걸음을 옮겼다. 호텔 정원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아주 상쾌했다.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에서 에스테야(Estella)까지 2008년 6월 28일, 이 날의 코스는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테야까지 약 20Km 정도였다.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 같이 걷게 되었던 형의 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도로를 타고 걷기로 했다. 원래 길을 따라간다면 흙길을 계속 걸었을 테지만, 거리를 좀 줄이기 위해서 직선 도로를 따라 걸었다. 물론 이 때는 몰랐다. 흙길을 걷는 쪽이 컨디션 회복에 더 좋았다는 것을. 딱딱한 아스팔트를 계속 걷는 것이 오히려 근육 긴장을 높여서, 걸을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걸 이때까진 잘 몰랐다. 푸엔테 라 레이나는 ..

인생잡담 2024.06.10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2. 바람과 용서의 언덕 페르돈, 12세기 성당 에우나테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사진에 등장하는 몇 가지 명소들이 있다. 초반 일정에 꼭 등장하는 명소가 바로 '페르돈 언덕'이다. 이 페르돈 언덕을 넘으며 가기 위해, 이 날은 좀 많이 걸었다. 구글에 검색하면 거리가 이렇게 나오지만, 사실 페르돈 언덕을 넘어서 우테르가(Uterga)까지는 직선거리에 있다. 그래서 시간은 조금 더 짧은 편이다.새로 정비를 하고 떠난 팜플로나2008년 6월 27일, 평소 같았으면 새벽 여섯 시 무렵에 이미 준비하고 출발했겠지만, 이 날은 좀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캐나다로 돌아가는 친구를 배웅하면서 신발도 새로 사야 했다. 그래서 여덟 시가 되어서야 느긋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온 스테판과, 프랑스에서 온 마쥬는 며칠 같이 걸으며 친해진 친구들이다. 그러나 이 날을 마..

인생잡담 2024.06.09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1. 대도시 팜플로나(Pamplona)에 도착!

2008년 6월 26일 셋째 날의 순례길은 정말 짧게 움직였다. 짐을 좀 줄이기 위해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짐을 보내려고 하기도 했고, 신발도 문제가 슬슬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도시였던 팜플로나에 머물기로 했다. 라라소아냐에서 팜플로나까지 라라소아냐에서 팜플로나까지는 약 15km 정도, 며칠 걸은 거리에 비하면 정말 짧은 거리다. 똑같이 새벽 6시 무렵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오전에 걷는 일정이 모두 끝이 날 정도다. 전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진 캐나다 친구와 함께 걷기 시작하다 보니 아트라비아(Atrabia)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라라소아냐에서는 약 2시간가량 떨어진 곳이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팜플로나'에 포함되는 것 같지만, 도심 한복판에서는 거리가 조금..

인생잡담 2024.06.09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0. 사람을 만난 둘째 날의 순례길

2008년 6월 25일 순례길 이틀째에 접어드는 날. 오늘은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에서 라라소아냐(Larrasoaña)까지 약 26.4km다. 쉬어가는 느낌의 둘째 날, 거의 하루 종일 평탄한 내리막길2008년 6월 24일의 일기를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산길을 약 10시간 가까이 걸어서 다음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에는 그저 감격과 희열뿐이다. 가방에도 무거운 게 너무 많다.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무게려니 하고 걸었지만, 정말 장난이 아니다. 모레쯤 도착하는 동네에서 짐을 좀 부치려고 생각 중이다. 수많은 길의 이정표와 사람들을 정말 많이도 만난다. 온통 땀에 절은 옷들과 벌겋게 익은 살도 뜨겁다. 내일은 어떠려나 걱정도 되지만, 내일은 또 내일대로 즐겨야겠다. 오늘 만난 독일인, 폴..

인생잡담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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