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산티아고 11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25. 사아군(Sahagun)과 레온(Leon)

2008년 7월 10일에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조금 긴 거리를 걸어가기로 했다. 약 21km 되는 거리로, 5시간가량이 걸린다. 중간에 만나게 되는 기착지인 '사아군(Sahagun)'이다. 알파벳으로는 사하군이라고 읽는 경우가 많지만, 스페인어로는 사아군이다.사아군까지의 새벽길 7월 중순에 접어들기 시작하자 날씨가 너무나도 더워진다. 그래서 이동하는 시간을 앞당기기로 했다. 12시 무렵만 되더라도, 햇빛 때문에 앞으로 걸어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메세타 지역은 굉장히 건조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겨울처럼 추운 느낌이 든다. 한 여름이라고 하더라도, 새벽에 숙소를 나설 때에는 따뜻한 음료라도 마셔야 걸을만하다. 그리고 조금 뒤 해가 뜨기 시작하면 바로 더위가 시작된다.열두 시 무렵이면 해가 너..

카테고리 없음 2024.07.22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24. 사막을 걷는 날들

2008년 7월 9일에는 기나긴 사막길을 걸었다. 사실 이 시점부터 펼쳐지는 순례길 코스는 대부분 사막이나 다름없다.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도 찾아보기 어려운 벌판을 횡단하는 고된 여정이다. 체력 관리가 필요한 중간 메세타 고원의 사막지대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부근은 대부분 사막이다. 이 부근을 걷는 며칠 기간은 대부분 '메세타'라 불리는 지형이다. 해발 600미터 내외의 평탄한 지형이 계속된다. 마치 테이블과 같은 모양의 땅이다. 조금 언덕배기를 타고 올라가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한참을 걷게 된다. 이 지역을 걸을 때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강렬한 햇빛과 식용수의 문제다.화상을 입는 강력한 햇빛 : 선블럭은 두껍게 바르고, 긴팔과 긴바지를 입어야 안전스페인 이베리아 반도는 한국보다 조금 더 북쪽에 ..

카테고리 없음 2024.07.16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7. 순례자길 최고의 밤, 잊을 수 없는 그라뇽(Grañón)의 밤

보통 나헤라(Nájera)를 지나면, 또 만나게 되는 큰 도시인 산토도밍고 델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Calzada)에서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이곳 평판이 좋지 않아서 마을 하나만 더 걸어가자고 결심한 이 날, 나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나헤라에서 그라뇽까지 - 끊임없이 이어지는 벌판 나헤라를 빠져나오고 산토도밍고 델라 칼사다까지 걸어가는 길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구간이다. 하늘은 이렇게 멋있지만, 햇빛을 피할 곳이 하나도 없는 벌판이 계속된다. 저마다 가방에 구겨넣은 자신의 인생을 짊어지고 그냥 뚜벅뚜벅 걸어간다.뜨거운 태양 아래서 두 세시간 쯤 걷고 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리가 계속해서 걸어간다.조그마한 마을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잠깐의 짬을 내어 음료를 마시..

인생잡담 2024.06.1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6. 로그로뇨에서 나헤라까지

2008년 7월 4일, 로그로뇨를 출발해서 나헤라까지 걸어간 날이다.  산티아고 순례자길을 따라서 걸으면, 이것보다는 조금 짧게 걸어갈 수 있다. 약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산타 마리아 데 라 아순시온 성당 (Iglesia Santa María de la Asunción)로그로뇨(Logroño)는 나름 커다란 동네라서 대성당(Concatedral)이 있다. 규모가 상당히 큰 성당이다. 한국으로 치면 상위 교구에 해당하는 성당이다. 로그로뇨를 출발하면서 그런 성당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로그로뇨를 빠져나오면 곧 만나게 되는 게, 바로 이 폐허다. 산 후안 데 아크레(San Juan de Acre)다.옛날 순례자들이 아팠을 때, 이들을 보호해주고 간호해 주던 병원 터다. 이 건물도 예전에는 성당에서 ..

인생잡담 2024.06.1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4. 순례자들에게 뿌리는 공짜 와인? 이라체(Irache)

산티아고 순례자길이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무슨 게임처럼 매일 새로운 이벤트가 있다는 것이다. 에스테야(Estella)의 알베르게에서 맞이한 아침도 그렇게 시작했다. 노래로 시작한 에스테야의 아침2008년 6월 29일, 일요일이라 특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벽 6시 알베르게에 노래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대부분 침대에서 누워서 노래를 들으며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노래가 다 끝나자 모두 침대 속에서 앙코르를 외치며 웃으며 일어났다. 별 거 아닌 노래 한 곡으로 기분 좋은 아침이 시작됐다. 식당에 모여서 빵과 과자, 우유나 커피 등을 마시면서 가볍게 아침 요기를 하고 일곱 시 무렵이 되자 모두 출발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로스 아르코스(Los Arcos)라는 곳으로, 나름 큰 동네에 해당하..

인생잡담 2024.06.12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8. 순례자 사무실과 첫 숙소

2008년 6월 25일 오후 조금 늦게,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 길의 출발점인 '생쟝드삐에드뽀흐'에 도착했다. 순례자들이 모이는 도시기 때문에, 기차에서도 백팩을 맨 사람들이면 대부분 순례자들이다. 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대충 걸어가다보면 얼떨결에 도착하게 된다. 바로 '순례자 사무소'다. 순례자 사무소 - 39 Rue de la Citadelle 지금이야 구글 지도를 켜고 저 주소를 쳐서 따라가면 되지만, 2008년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갓 나올까 말까 하던 시점. 저곳에 가면 '순례자 기록증'이라 할 수 있는 크레덴시알(Credencial)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냥 도톰한 종이로 되어 있는 것인데 여기에 아래처럼 도장을 받고 다닌다. 알베르게(Albergue)라 부르는 숙소에 도착하면 입실..

인생잡담 2024.06.0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6. 영국에서의 마지막 일정, 산티아고 시작!

산티아고 순례길에 가겠다고 여행을 시작했던 2008년 6월, 나는 영국 런던에서 약 4-5일 정도를 보내고서 프랑스로 떠났다. 2008년 6월의 마지막 영국 사진들을 정리해 봤다.잊을 수 없는 영국의 펍 2008년이나 지금이나 영국의 펍을 다녀오고 나면, 잊을 수가 없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낮이나 저녁이나 모여들어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간단히 식사도 하는 공간이라 영국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영국 배경의 영화에서 펍이 빠질 수가 없다. 내가 영국의 펍을 잊을 수 없는 건 바로 저 기네스 맥주 때문이다. 저 날 나는 맥주를 한 잔 시켰고, 바텐더는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기네스로 천천히 컵을 채우던 중, 거품이 밀려나며 잔이 꽉 차게 되는 순간이 왔다. 나는 다 따랐겠거니 싶어서 ..

인생잡담 2024.06.05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5. 2008년 6월 20일 - 영국과 영화

*이 글은 2008년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당시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당시 사진들을 묵혀두는 게 좀 아까워서. 이 날은 금요일이었다. 런던에 근무하고 있던 지인과 저녁식사를 같이하기로 하여 나는 아침부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낮에는 드라마나 영화로만 보았던 런던의 모습들을 따라다녀봤다.영국 왕실의 상징 - 버킹엄 궁전영화나 뉴스에 항상 나오던 그 곳, 버킹엄 궁전이다. 영국사람들끼리는 '벅 팰리스'라고도 부르는데, 약간 '까는 칭호'다. 근데 외국인이 그렇게 부르면 '네가 감히?'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특히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보통 그러는 편이다. 버킹엄 궁의 광경은 사실 생각보다 평범했다. 워낙 뉴스와 영화 등을 통해 많이 봤던 곳이기 때문. 저기 2층 창문을 통해 항상..

인생잡담 2024.06.0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