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잡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6. 영국에서의 마지막 일정, 산티아고 시작!

Ken. 2024. 6. 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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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 가겠다고 여행을 시작했던 2008년 6월, 나는 영국 런던에서 약 4-5일 정도를 보내고서 프랑스로 떠났다.

 

2008년 6월의 마지막 영국 사진들을 정리해 봤다.

잊을 수 없는 영국의 펍

 

2008년이나 지금이나 영국의 펍을 다녀오고 나면, 잊을 수가 없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낮이나 저녁이나 모여들어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간단히 식사도 하는 공간이라 영국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영국 배경의 영화에서 펍이 빠질 수가 없다.

 

내가 영국의 펍을 잊을 수 없는 건 바로 저 기네스 맥주 때문이다. 저 날 나는 맥주를 한 잔 시켰고, 바텐더는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기네스로 천천히 컵을 채우던 중, 거품이 밀려나며 잔이 꽉 차게 되는 순간이 왔다. 나는 다 따랐겠거니 싶어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바텐더는 나를 쳐다보며 조용히 손을 저었다. 'Not yet'이라는 시그널이 너무 명확하게.

 

그대로 기다리자 거품이 가라앉은 기네스의 틈만큼 더 부었고, 그리고 컵의 끝까지 꽉 채워서 내게 건넸다.

 

'이것이 영국의 맥주인가?'라고 혼자 감동을 받았고, 펍의 한 구석 자리에서 일기를 쓰며 감동에 젖었다. 장난 같지만 저렇게 꾹꾹 눌러서 주는 맥주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템즈강변에 있던 펍에서 마셨던 맥주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한강유원지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긴 하지만, 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신다는 게 좋았다.

 

물론 펍 말고도 이렇게 구석구석 파티를 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었다.

사진은 흔들렸지만, 동네 파티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 등장하는 파티 장면처럼 그냥 랜덤으로 파티가 있어서 누가 가든 크게 신경을 쓰진 않는다. 그냥 다들 친구다.

관광객 모드 마무리

당시 영국에서는 완전 관광객 모드로 다니고 있었다.

2008년 애비로드

비틀스의 거리로 유명한 아비로드도 들렀고

 

2008, 웨스트엔드 라이브

뮤지컬의 거리인 웨스트엔드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도 구경했고,

 

2008, 트라팔가 광장 시위

시위도 구경했다.

2008, 하이드파크

해롯(Harrod's) 백화점도 가보고, 하이드파크도 들려보고 마지막 런던 구경을 쉼 없이 했다.

 

2008, 타워브릿지

나는 2008년 6월 22일 저녁, 런던에서 버스를 타고 프랑스 파리로 넘어갔다. 버스 시간은 밤 9시였다.

유로터널을 타고 버스로 넘어가는 파리

 

지금이야 버스나 유로스타나 모두 잘 타겠지만, 이 당시만 해도 정보가 드물었다.

 

파리까지 가는 유로라인 버스는 런던에서 밤 9시 무렵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9시쯤에 파리에 도착한다.

 

밤 9시에 체크인을 하자 운전기사가 영어로 '이 버스는 파리로 가는 무슨무슨 버스'라고 안내를 하고 곧 출발했다.

 

11시 정도가 되자 영국을 빠져나가는 터널 입구에 도착했고,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출입국검사 및 세관검사가 있었다. 프랑스 국경검사원들이 있었는데, 경찰인지 군인인지 구분은 되지 않았다.

 

가방을 다시 검사해야 했기 때문에, 가방을 열고 검문검색에 응하던 중 가방에 들어있던 미숫가루가 나타났다. 외국인에다가, 꾀죄죄한 배낭여행객의 가방에서 가루가 잔뜩 나온다? 처음엔 별 생각이 없이 서 있다가 검사원이 '이거 뭐죠?'라고 묻자 머리가 하얘졌다.

 

미숫가루에 적당한 단어도 모두 까먹고 어버버버 대기 시작했다. 그나마 '프로틴'이란 단어만 생각나서 프로틴이라고 대답하자, 검사원은 봉지를 열어서 조금 맛보고서 다시 넣어줬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괜히 안도의 한숨이 나왔던 순간이다.

 

탑승객 전원의 검문검색이 끝나고 나서 버스에 오르자, 기사는 다시 인사를 하고 출발을 한다. 근데 이때부터는 좀 당황스럽게도 '이제부터는 프랑스입니다'라고 하며 프랑스어로 방송을 하기 시작한다.

 

프랑스어를 1도 못하는 나는 당황했지만, 졸음이 당황스러움을 이겼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잠들어버렸다. 보통 버스로 파리까지 넘어갈 때에는 배나 기차에 실려서 넘어간다. 그리고 내가 탔던 버스는 기차에 실려서 넘어갔다. 자다가 중간에 일어났을 때에는 버스가 어떤 통 안에 들어가 있던 기억이 난다.

 

한참 버스에서 잠들고 일어나니 아침 7시가 되었고, 한두 시간을 더 달려서 파리에 도착했다.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바로 역으로 이동하여 산티아고 프랑스길의 출발지인 '생장피드포드'로 출발했다.

이제 보니 아침 10시 기차였고, 기차요금은 91.9유로였다. 지금 돈으로는 거의 12-3만 원인데, 아마 요금은 더 올랐을 거다. 당시 환율로는 15만 원 정도였다. 나름 테제베(TGV)라고 요금이 좀 비쌌다.

 

당시 내가 이동했던 경로는 위와 같다. 런던에서 파리로, 그리고 파리에서 바욘(Bayonne)이라는 도시로 이동했다. 거기에서 간선 기차로 갈아타 '생쟝삐에드뽀흐'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시간은 1시간 이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청년 유레일패스를 가지고 있어서, 해당 간선기차는 무료였다.

 

 

남부 프랑스를 향해 그렇게 달리고 달려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인 '생쟝피에드뽀흐'에 결국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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