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잡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7. 순례길에 대한 기초정보

Ken. 2024. 6. 7. 18:47
반응형

이제부터 연재될 글은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서도 '프랑스 길'이라 불리는 800km가량을 걸었던 기록이다. 2008년 기록이라 새로운 정보는 없겠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는 게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본격적인 장정을 기록하기 앞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기초정보를 정리해본다.

 

1.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산티아고라는 말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성 야곱 - Saint Jacob, Sant-iago)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래서 천주교/스페인어권 국가들에서 사람의 이름이나 지명으로 많이 사용된다.

성 야고보, 루벤스 작

 

산티아고 순례길은 바로 성 야고보가 묻혀있는, '산티아고 데 꼼포스뗄라(Santiago de Compostela)'라는 도시에 도달하는 길을 말한다. 스페인에서는 이 길을 '산티아고의 길(El Camino de Santiago)'라고 부른다. 줄여서는 '엘 까미노(El Camino)'라고 부른다.

 

아래 지도의 빨간 표지가 바로 '산티아고 데 꼼포스뗄라'라는 도시다.

사진의 왼쪽에 있는 빨간 표식이 바로 '산티아고 데 꼼포스뗄라'다.

 

왜 그의 무덤까지 가는 길이 순례길이 되었을까? 아마 길을 걸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썰(?)을 알려줄 텐데, 그중에는 황당한 것도 있고 현실적인 것도 있다.

 

기독교 설화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 야고보가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뒤, 예수처럼 부활하여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러 간 길이라는 것이다. 생전에 성 야고보가 이곳까지 복음을 전파하러 왔었기 때문에 이런 썰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야고보가 순교한 뒤, 그의 시신을 돌로 된 배에 넣었더니 이베리아 반도까지 흘러왔다는 전설도 있다. 

 

산티아고 데 꼼포스뗄라라는 도시에 대성당을 지은 이유는 성 야고보의 시신 때문이었다. 전설에는 별이 춤추는 들판 아래를 팠더니 야고보에 시신이 있었고, 그 자리에 대성당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이런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복음의 전파와 야고보의 시신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섞여있는 셈이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버전으로 생각해 보자면, 그가 예루살렘에서 순교한 뒤 로마인의 박해를 피해 그의 시신을 암장하려고 옮겨온 길이 아닐까 싶다. 그의 제자들도 스승의 행적을 알리며 찾아왔을 테고 어딘가의 들판에 몰래 묻어두었을 것이다. 그러다 천주교가 자리를 잡게 되자, 저곳까지 도망쳤던 제자 후손들이 '여기가 그곳이다'라고 선언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전설에서는 그가 순교한 이후 부활하여 순례길을 따라 걸어왔다는 말이 있어서, 스페인에서는 '이베리아 반도를 보호하는 성자'의 이미지도 있다. 그래서 이베리아 반도가 이슬람에 정복당한 시기에도 반군들을 도와줬다는 전설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렇게 이 길은 조금씩 시간이 지나며 잊혀 가다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하면서 다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3년 유네스고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실제로 유행을 타게 된 것은 브라질의 소설가 파올로 코엘료가 이 길을 배경으로 쓴 '순례자'라는 소설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의 코미디언인 하페 케르켈링의 2006년 에세이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때문에 수많은 독일인들이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아마 이 길을 걸으며 만나는 유럽인들 대부분 저 책을 언급할 것이다.

 

참고로 독일 코미디언의 에세이는 영화로 만들어져 2015년에 개봉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길을 걷기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며 그 이유를 들어보는 것이 더 재밌다.

 

2. 산티아고 순례길은 하나인가? ㄴㄴ 여러 개다.

보통 순례길이라고 하면 내가 걸었던 '프랑스 길'만 알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길' 외에도 수 많은 길들이 존재한다. 위에서도 살짝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 데 꼼포스뗄라'까지만 가면 된다. 프랑스 길이 제일 유명한 이유는 그 길에 숙소나 걷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편하기 때문이다.

 

순례길이라는 개념이 저곳에 도착만 하면 되다모니, 유럽 사람들은 자기 집 대문에서 출발하여 걸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베리아 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그냥 집 앞에서 길을 따라 정처 없이 산티아고 데 꼼포스뗄라까지 걸어가기도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각자의 집에서 프랑스의 '생장피에드뽀흐'까지 걸어와서 본격적인 순례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우리는 어렵다. 그래서 보통 파리로 들어가서 나처럼 '프랑스 길'에 진입하거나,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로 들어가서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3. 가장 가기 좋을 때는 언제인가?

가기 좋은 계절로 따지자면, 당연히 봄, 가을 >> 여름 >> 겨울이 되겠지만, 솔직히 휴가를 내거나 움직이기 좋을 때는 보통 '여름'이다.

 

한낮의 태양만 피한다면 견딜만한 더위고, 새벽에는 사막성 기후 때문에 오히려 추울 수도 있다.

 

7월 25일은 산티아고의 축제일이기 때문에, 이 날에 맞춰서 산티아고에 도착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때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기 때문에 일부러 이때를 피해야 하기도 한다. 게다가 날짜를 정해놓고 도착하려다 보면 괜히 무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가장 가기 좋을 때는 당신이 가고 싶을 때다.

4. 프랑스 길의 대략적인 루트는?

다음 지도에 표시된 파란색 길이 프랑스 길이다. 그 외에 표시된 핑크색, 녹색 길들도 모두 순례길이다.

 

대략 800km 정도 되고, 처음부터 쭉 걷는다면 최소 20일 이상 걸린다.

 

큰 도시로 마주치게 되는 곳은 팜플로나, 로그로뇨, 부르고스, 레온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부르고스와 레온에는 대성당이 있어서, 이 성당을 구경하는 맛도 있다.

 

마지막 사진에 보면 노란색으로 표시된 산티아고 데 꼼포스뗄라 옆으로 까만 선이 더 있다. 저 길이 바로 '피스테라', 땅끝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루트로 약 2-3일 정도 더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5. 꼭 가져갈 것을 고른다면?

짐은 정말 많이 챙기지 않을수록 편하다. 먹는 거나 다른 제품들은 거의 다 현지에서 수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굳이 한국에서까지 가져갈 것을 고른다면, 트래킹용품과 사막성 날씨를 고려한 얇은 여름 침낭, 베드버그를 방지할 수 있는 비닐 커버정도가 아닐까? 그리고 피부를 보호할 선크림이다. 선크림을 아무리 잘 발라도 30일 정도 걸으면 까매진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첨언하자면 남성은 12Kg 이하로 짐을 싸는 게 좋고, 여자는 9kg 정도 이하로 줄이는 게 가장 현명하다. 그 이상의 무게는 오래 걸으면서 어깨가 부서질 것 같은 통증을 야기하게 된다.

 

 

 

이제부터 저 길들을 걸었던 2008년의 기록들을 하나씩 오픈해 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