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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24. 사막을 걷는 날들

Ken. 2024. 7. 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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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9일에는 기나긴 사막길을 걸었다. 사실 이 시점부터 펼쳐지는 순례길 코스는 대부분 사막이나 다름없다. 햇빛을 가려주는 나무도 찾아보기 어려운 벌판을 횡단하는 고된 여정이다.

 

체력 관리가 필요한 중간 메세타 고원의 사막지대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부근은 대부분 사막이다. 이 부근을 걷는 며칠 기간은 대부분 '메세타'라 불리는 지형이다.

 

해발 600미터 내외의 평탄한 지형이 계속된다. 마치 테이블과 같은 모양의 땅이다. 조금 언덕배기를 타고 올라가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한참을 걷게 된다.

 

이 지역을 걸을 때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강렬한 햇빛과 식용수의 문제다.

화상을 입는 강력한 햇빛 : 선블럭은 두껍게 바르고, 긴팔과 긴바지를 입어야 안전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는 한국보다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산티아고 순례자 길이 위치하는 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개마고원이나, 백두산 정도의 위도에 해당한다.

 

그래서 여름 햇빛이 더 길게 들고, 오래간다. 밤 9시가 되어야 해가 진다는 느낌이 든다. 이 구간에서는 안 그래도 햇빛이 강렬하지만, 이 햇빛을 가려줄 만한 산이 없는 고원을 지내며 더욱 힘들어진다.

 

지금과 같은 6-7월 무렵에는 햇빛만으로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나 역시도 아무 생각없이 티셔츠의 단추를 열고 걸어갔다가, 해를 정통으로 맞고 가슴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을 정도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길이 '서쪽'으로 향하는 길이고, 오후에 되면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걷게 된다는 사실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피부가 타지 않는 것을 바라는 건 말도 안되지만, 적어도 햇빛에 의해 화상은 입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6-7월 경에 이 구간을 걷는다면, 가급적 긴팔과 긴바지를 착용하고 모자와 장갑도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는 UV 차단 코팅이 되어 있는 의류도 있으니, 그런 의류를 입고 걷는 것이 좋다.

 

선블록은 평소보다 더 두껍게 바르고, 자주 덧발라주는 게 좋다. 참고로 약 30일 이상을 걷게 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선블록을 매일 바르고 걷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까맣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해야 한다. 천천히 훈제가 된다는 느낌에 가깝다.

 

석회질이 많은 수질: 수돗물 보다는 가급적 생수를 사 마시는 것이 좋다.

메세타 지역부터는 수질이 유독 석회질이 많아진다. 그래서 샤워를 할 때도 약간 '미끌한 느낌'이 남기도 한다.

 

식용수에도 당연히 석회질이 많다. 물을 끓여서 마시게 되면, 냄비나 포트 하단에 하얗게 남아있는 석회찌꺼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만약 가지고 다니는 식기에 석회질이 끼는 경우에는 산성(식초, 구연산 등)액체에 가볍게 담갔다 씻으면 없어진다.

 

한국은 수돗물에 석회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곳의 물을 마시다 보면 조금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그래서 수돗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게 되면 배가 아플 수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자길에는 수 많은 수돗가가 있다. 공원 캠핑장이나, 마을 광장에서도 물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이 메세타 지역에서는 석회질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은 수돗가의 물을 이용하는 것보다 주변 마트에서 미네랄워터를 사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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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 까미노 헤알 (Albergue Camino Real)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에서 출발하여 약 4-5시간 사막을 횡단하여 도착한 이 알베르게의 시설은 매우 좋았다. 사실 시설이 엄청 좋았다기보다는 몸을 식힐 수영장이 있었다.

 

고온 건조한 메세타 지역을 지나다가 만나는 수영장은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지금도 이 알베르게를 검색해 보면 평이 나쁘지 않고, 괜찮다.

 

여기서 많은 독일 사람들을 만났다. 2008년 무렵에는 독일 코미디언의 저서로 인해 독일인들이 엄청나게 많이 걷고 있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투박하고, 정이 없다는 느낌도 받는다. 그런데 이 생각도 며칠 뒤에 바뀌게 된다. 얼굴을 보며 몇 번 같이 걷다가 서로 간식을 나눠먹으며 친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날의 일기에는 '시원한 맥주와 바람 말고 더 필요한 게 있을까?'라고 적어뒀다. 힘들게 걷다가 알베르게 도착하여 수영으로 피로를 풀고, 맥주를 마시다 보면 근심걱정이 모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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