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잡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21. 수영장이 있는 알베르게

Ken. 2024. 6. 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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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6일, 폐성당에서의 밤은 아름다웠지만 아침에는 몸이 조금 힘들었다. 거의 노숙을 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더 많은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보이는 풍경, 카스트로헤리스 성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는 루트

 

이 지역 이후부터는 거의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카스트로헤리스(Castrojeriz)라는 곳이다.

 

성까지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 당시에는 가보지 못했다.

 

카스트로헤리스 성

이 성까지 올라가면 주변 풍광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아래 조성되어 있는 카스트로헤리스 마을은 대단히 큰 곳은 아니지만,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치 중세시대의 유럽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동네 강아지들도 사람들을 많이 보겠지만, 동양인은 드물게 보는지 나를 한참 저렇게 쳐다본다.

 

부르고스(Burgos)와 레온(Leon)이라는 큰 도시 사이를 걷는 2-3일 정도의 코스에서는 이런 오래된 마을을 계속 지나게 된다.

 

이런 오래된 마을에 옛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오래된 마을이 많이 남아있는 이유? 레콩키스타(Reconquista)

서기 700년 경부터 1500년 무렵까지, 약 8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스페인 반도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스페인 반도의 가톨릭 가문들이 분열하고 싸우기 시작하자, 북아프리카 지역의 아랍인들이 밀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스페인 남부에 있는 아랍 스타일의 건물인 '알함브라 궁전'이 이 당시에 만들어졌다.

 

약 800년간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크고 작은 전쟁이 계속 벌어지는데, 서기 700년대 중반부터 스페인 북부에 남아있던 잔존세력들이 아랍인들을 다시 밀어내기 위해 싸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이 '다시 정복(수복)한다'는 뜻에서 '레콩키스타(Reconquista)'라고 불리며, 최종적으로는 1492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아랍인들을 몰아내는 '가톨릭 국가'를 완성하게 된다.

 

1492년, 이 때는 콜럼버스가 미국대륙을 발견한 때기도 하고, 스페인의 공식 문법을 완성하여 발표한 때기도 하다.

 

1492년의 이베리아 반도는 종교(가톨릭), 시스템(언어), 경제(식민지배)의 3 단계가 완성되어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후 약 4-500년 간, 대항해시대를 주도하며 세계 최강의 국가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 레콩키스타 당시 가장 최전선이었던 곳이 바로 이 '까미노 데 산티아고'인 순례자길이다. 이 길을 지키는 것이 전쟁의 목적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최후의 방어라인이었던 곳에 '요새'같은 형태의 건물이 많은 것이다.

 

보아디야에서 만난 수영장이 있는 알베르게

이 날은 이런 오래된 길을 한참 걸으면서 보아디야(Boadilla)라는 곳까지 걸어갔다.

 

이곳에는 사설 알베르게가 하나 있었는데, 수영장이 있다고 며칠 전부터 광고판을 보았던 곳이었다.

 

한낮의 기온이 35도를 넘는 순례자 길에서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이 알베르게에 머물게 되었다.

 

이름은 En el Camino였다.

 

Hotel “En el Camino”

Cuidamos hasta el último de los detalles. En el restaurante se han cuidado hasta el último de los detalles para que el hospedado pueda degustar el menú típico castellano, en un ambiente acorde con el resto del conjunto del hotel, amueblado con estilo m

www.boadilladelcamino.com

 

그리고 그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사설 알베르게라고 하더라도 시설이 별로인 곳도 있지만, 이곳은 상당히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7시에 순례자 메뉴로 저녁을 함께 제공해 주었고, 저녁식사는 샐러드와 메인, 후식으로 이루어진 정식이었다.

 

이 날 나는 수영을 하면서 몸을 식혀주었다.

 

신발 속에 있던 발만 빼고, 다리는 이렇게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다 보니 종아리는 더욱 까매졌다.

 

 

이 숙소도 옛 건물 주변에 만들어지다 보니 구경하는 맛이 있다.

 

숙소에서는 사람들마다 자신의 기록들을 정리하곤 했다.

 

지금이야 다들 스마트폰에 정리하면 그만이겠지만, 이 당시만 하더라도 책이나 종이 등에 열심히 적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물론 그렇게 일기장을 가지고 다니며 쓰기도 했고.

 

이곳에서 또 다른 한국 사람을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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