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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볼만한 전시: 한국 근현대 자수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덕수궁 현대미술관]

Ken. 2024. 7. 2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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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일부터 8월 4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한국 근현대의 자수 특별전을 소개한다. 덕수궁을 산책하면서 여성 예술의 한 축을 담당했던 자수의 세계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한국 근현대 자수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 장소: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덕수궁 내 국립현대미술관 - 2층 및 3층 전시관
  • 전시기간: 2024년 5월 1일 ~ 8월 4일
  • 후원: 국립현대미술관, 신영증권
  • 관람료: 2,000원 (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
  • 전시작품: 김인숙, 김혜경, 박을복, 엄정윤 등 40여 명의 자수 작품 170여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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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내용 요약 - 전시 큐레이션 글 소개

이천 년 역사를 지닌 한국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시대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웠다. 그런데 훼손되기 쉬운 재료 특성상 현존하는 고대, 중세 유물은 지극히 적고, ‘전통자수’라 불리는 유물 대부분은 19세기말~20세기 초에 제작되었다.

 

‘자수’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러한 전통자수, 특히 조선시대 여성들이 제작하고 향유한 규방공예 또는 이를 전승한 전통공예로서의 자수로, 근대기 이후에는 마치 자수가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근현대 자수는 낯설다.

 

19세기 이후 자수의 역사, 즉 개항, 근대화=서구화, 식민, 전쟁, 분단, 산업화, 세계화 등 격변의 시기를 거치면서 변화한 자수의 흐름은 주류 미술사의 관심 밖에 놓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전시는 알려지지 않은 자수 작가와 작품을 발굴, 소개하고 미술사에서 주변화되었던 자수 실천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살펴본다.

 

관람객은 섬세하고 아름답게 수놓은 듯한 자수의 역사 뒷면에 순수미술과 공예, 회화와 자수, 남성과 여성, 창조와 모방, 전통과 근대, 서양과 동양, () (), 구상과 추상, 수공예와 산업(기계)공예, 아마추어리즘과 프로페셔널리즘 여러 층의 실들이 엉켜있음을 발견하게 것이다.

 

자수의 재료인 바늘과 실은 마치 세상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이러한 이분법적 경계에 의문을 던지듯, 바탕천의 표면을 뚫고 뒷면을 접촉하곤 다시 표면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한국 근현대 자수의 계보와 불연속성을 고찰하는 이번 전시가 자수라는바깥의 사유 통해 순수미술 중심으로 서술되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지평을 확장하는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 공간 소개

덕수궁 미술관 전시공간

1 전시실 -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

덕수궁 미술관은 들어선 곳이 2층이 된다. 진입하고 바로 왼쪽부터 첫 번째 전시공간인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가 시작된다.

 

19세기와 20세기 오래된 자수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대형 병풍과 같은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1870년대~1930년대 <자수 매화도 병풍>, 김규진 외, MMCA

 

19세기 말, <자수 준이종정도 병풍>,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조선시대의 자수 작품들은 궁궐의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밑그림에 수방 소속 궁녀들이 수를 놓은 '궁수'와 일반 민가에서 제작한 '민수'로 나뉜다고 한다. 궁수는 정제된 도안과 고급 색실을 사용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반면, 민수는 세련된 맛은 떨어져도 자유분방한 구도와 강렬한 색 대비를 보여준다고 한다.

 

조선 말기 개항 이후에는 단순히 의복을 치장하는 등의 용도가 아니라, '공예품'으로서 발전하면서 '기술적인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그래서 이 시기부터는 평안도 안주 지역에서 남성 자수장인들이 집단 제작한 자수가 발달하였다고 한다.

 

2 전시실 - 그림 갓흔 자수

1 전시실을 다 둘러보고, 바로 위층으로 이동하면 2 전시실인 '그림 갓흔 자수' 공간이 나온다.

 

'그림 갓흔 자수' 공간에 전시된 작품들은 여성교육의 일환으로 성장한 자수 작품들을 전시한다. 공예품인 자수가 '여성을 여성답게 한다'는 교육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그림과 같은 형태'의 자수가 제작되었다고 한다.

1949년, <정야>, 김혜경, 유족소장작

 

3 전시실 - 우주를 수건 삼아

2 전시실을 나온 뒤, 맞은편으로 건너가면 그다음 시대의 자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 공간에서는 '추상'에 대해 자수로 접근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광복 이후에는 민족 정체성 회복, 왜색 탈피 등을 기치로 삼고 자수 작품들이 '추상적인 형태'나 '전통의 부활'이라는 형태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화여대의 '자수과'에서 추상적 형태의 공예를 제작하였고, 이후 자수과가 1980년 섬유예술과로 통합되는 시점까지 이러한 시도가 계속 이어졌다고 한다.

 

현대 미술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자수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4 전시실 - 전통미의 현대화

3 전시실을 나와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마지막 4 전시실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은 전통미의 현대화라는 주제로, 3 전시실과 달리 학계의 바깥에서 이루어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자수 작품의 한계가 명확하여 - 재료나 품이 많이 들어가고, 표현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점차 퇴보하게 된 반면, 일반 공예에서는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산업공예이자 계승해야 하는 전통공예로 부각되었다.

 

일제 강점기 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한국의 전통 자수에 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부활시키면서 1970년대 자수박물관이 생겼고 1984년 국가무형문화재 자수장이 지정되는 등, 전통을 계승하는 공예로 나아가고 있다. 제4 전시실에서는 이러한 현대화 과정에 놓인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국립현대박물관 덕수궁에서 전시되는 자수전은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되니, 자세한 해설을 들으며 감상한다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차는 주변 공영주차장이나 사설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며,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주변 '서울시립미술관'과 '일민미술관' 등을 함께 방문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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