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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한 삼청동 전시 (2024년 8월~11월) - 국제갤러리 (함경아, 마이클 주)

Ken. 2024. 9. 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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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 위치한 국제갤러리에서는 2024년 8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함경아와 마이클 주의 전시를 진행한다. 가을을 맞이하여 삼청동을 방문한다면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함께 둘러볼 만하다.

함경아 개인전
함경아의 작품

함경아 개인전 : 유령 그리고 지도 (Phantom and a Map) - K1, K3, 한옥

국제갤러리의 공간 K1, K3 그리고 한옥에서 전시되는 함경아의 개인전은 '유령 그리고 지도'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함경아는 사회적 구조와 현상이 개인적 삶에 개입되는 사건들에 대해 회화나 설치, 퍼포먼스 등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선보이는 작가다. 이번 작품전에는 독특하게도 '자수'라는 형태로 작품을 진행하였다.

'자수'라는 방식이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자수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부활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실을 한 땀씩 천에 새겨 넣는 자수는 손이 많이 가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예술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천에 그림을 새겨넣는 자수는 상당히 사치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규방 여인들의 활동으로나 명맥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산업화 시대를 지나오면서 자수라는 것은 굳이 손으로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 기계가 생겨나면서 자수의 가치는 현격하게 낮아졌다.

함경아 작가는 2008년부터 자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특이한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다. 바로 '북한 노동자'의 손을 빌려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작가가 자신의 영감으로 도안을 디자인하고 중개인을 통해 북한 수공 노동자에게 전달한 뒤, 또다시 제삼자를 통해 돌려받는 형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달받은 '자수의 파편'들을 모아서 작품을 완성시키는 것이 대략의 과정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듣기만 해도 막막하다. 북한 수공 노동자에게 어떻게 도안을 전달할 것이며, 어떻게 돌려받을 것인가? 비용지불부터 수많은 난제가 산적한 작품의 제작과정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고, 심지어 도안만 넣으면 뚝딱 만들어주는 기계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프로세스를 거친 이유가 작품에 펼쳐져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방문하기 가장 어려운 곳, 바로 북한이라는 공간을 이용하여 불확실함, 불안함을 작품 자체에 드러내는 느낌이다. 이제는 가치가 현격하게 낮아진 '자수'라는 방법을 선택하고, 이를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들이 접목된 그런 작품들이다. 

그녀는 평론가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자수 작업에 대해 "1만 걸음이 필요하다면, 9999걸음은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도 없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도 되지 않는 상태로 걸어가는 것"이라 묘사한 적이 있다.

일반 회화였다면 별 감흥을 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통해 사회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모두 연결하여 바라보는 프레임(Frame)으로서 갤러리에 등장해 있다.

작품을 가까이서, 그리고 멀리서 움직이며 작품의 제목과 함께 감상한다면 더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이클 주 개인전: Soft skills and underground whispers - K2

국제갤러리 K2 관에서는 마이클 주의 개인전이 열린다. 영어 제목으로는 Soft Skills and Underground Whispers, 한국어로는 '마음의 기술과 저변의 속삭임'으로 정해져 있다.

입구에 놓여있는 패널과 빛의 산란이 전시 전체를 아우르는 느낌이다.

투명한 아크릴과 다이크로익 유리(이색성 유리)라는 재질을 이용하여 빛이 산란하며 보여주는 다채로운 모습이 신비롭게 투영된다.

Mediator, Michael Joo 2024

전시장 구석에 놓여있는 'Mediator'라는 작품은 1980년대 작가의 가족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갈 때 가져갔던 이불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1974년 요셉 보이스의 퍼포먼스인 'I Like America and America Likes Me'의 한 장면을 가져온 작품이다. 당시 요셉 보이스는 따뜻한 보호를 상징하는 펠트 천을 두르고, 갤러리 내에서 미국의 야생적 본능과 원주민을 상징하는 동물인 코요테와 3일간 지냈다고 한다. 그 형상은 '샤먼(무당)'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마이클 주는 그 장면을 형상화하여 퀼트 천 대신 자신의 개인사가 담긴 이불을 입힌 것이다.

마이클 주는 1966년 미국 뉴욕 이타카에서 태어나 1991년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수여받고 예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예일대학교 조소과, 컬럼비아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선임 비평가와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49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서도호와 함께 한국관 대표작가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공간 전체에 놓여있는 오브제들은 각자 의미를 지니고, 특별한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다. 흰 숯을 만드는 전통적 방식으로 탄화버섯을 제작하기도 하였고, 화산석 샘플을 스캔하여 인공물로 제작한 것도 있다. 또한 전통 사진기법을 활용한 유리 은도금 기술을 이용해 '실버 에폭시 페인팅'이란 방법을 활용하여 지면의 질감과 형태를 작품에 담아낸 작품도 있다.

마이클 주의 작품들은 단순해 보이는 이면 속에 녹아있는 수많은 기술들을 이해한다면 작품의 의미를 더 깊게 살펴볼 수 있다.

국제갤러리 전시 : 8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함경아와 마이클 주, 두 작가의 전시는 8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주변에 함께 가볼 만한 곳으로는 '학고재 갤러리'와 'MMCA 삼청관'등이다. 가을을 맞이한 삼청동의 거리에서 잠깐 들러본다면 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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