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잡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2. 2008년 6월 18일 영국 - 웨스트민스터부터 소호까지

Ken. 2024. 6. 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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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할 수 있어서 이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이메일에는 기사분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이렇게 당일에 잠적해 버리면 어떻게 하냐? 나는 공항까지 나오며 손해를 봤다. 그래도 같은 한국사람인데 별다른 사고 없이 잘 도착하셨으면 한다. 앞으로 이러지 말아라.'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왜 전화가 안 됐는지 궁금했는데, 이유는 너무 단순했다. 한국에서 받은 전화번호는 +82-10-0000-0000 식의 국가번호와 함께 연결된 전화번호였다. 그리고 나는 영국에 도착해서 국가번호만 빼고 10-0000-0000 만 주야장천 눌렀다. 0을 앞에 붙이지 않아서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고 언제나 되새기며 다짐한다.

담배거래를 하고 둘러본 런던 도심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에게 담배 두 보루는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유명한 영국사랑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거의 게시판만 있었던 사이트였다. 유학생들과 한인들은 비싼 물가에 부담이 되자 면세 담배를 엄청나게 찾았고, 당시 시세는 한 보루당 약 22-23파운드 정도였다. 

 

영국사랑

가입 후 인증메일이 오지 않는 경우 master@04uk.com으로 아이디 포함해서 메일 주세요.  비밀번호 분실해서 메일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www.04uk.com

빠른 거래는 저렴한 가격이 답이라 생각한 나는, 40달러에 사 온 담배 두 보루를 각각 20파운드씩 올렸다. 그리고 글을 올린 지 10분도 되지 않아 거래하고 싶단 답이 왔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는 가방에 담배 두 보루를 챙기고 그곳으로 갔다.

 

영국의 상징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 마치 마약거래를 하듯 한 남자와 담배를 주고 돈을 받았다. 런던 한복판에서 담배 거래를 하고 있는 게 괜히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었다. 한국이었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텐데, 외국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내가 아는 런던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다.

런던을 돌아보기 시작하며 느낀 것은 생각보다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 나중에 파리를 가서도 똑같았다.

 

사실 런던이라는 행정구역은 우리나라 서울과 똑같이 상당히 넓지만, 내 머릿속의 런던이란 공간이 매우 협소했다는 거다.

 

빅벤을 비롯한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같은 '유명지'가 전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모여 있었다. 내가 아는 런던이란 곳을 한국과 비교하자면 경복궁과 종로 일 대 만이라고 생각하는 셈이랄까?

영국 내셔널갤러리

 

엄청나게 오래된 건물들과 거기 모여든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리젠트 스트리트 2008년

이 건물들과 거리가 100년 전에도 유지되었을 걸 생각해 본다면 건물들이 다르게 보인다.

 

100년 전이면, 한국에선 삼일운동이 막 벌어지려고 하던 때였지만 여긴 최정상 국가로 그때나 지금이나 이러고 살고 있으니까.

 

피카딜리 서커스 2008년

이 사진을 지금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는 다 망가진 TDK와 SANYO의 전광판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저 자리가 LED 전광판으로 바뀌어서 다양한 광고들이 나온다.

 

영국의 가든은 그래도 부럽더라

 

이 사진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뒤쪽의 잔디밭이긴 하지만, 이야기는 똑같다.

 

런던을 돌아다니며 가장 부러웠던 점이 이런 정원들이었다. 영어로 스퀘어(Sqaure)라고 부르는 작은 광장과 정원들이 곳곳에 있었고, 그 스퀘어의 주변으로 펍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펍에서 맥주를 가지고 나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잔디에 앉아 술을 마셨고, 다 마신 뒤에는 술잔을 놓고 떠났다. 나름의 문화겠지만, 나의 눈에는 그게 참 좋아 보였다.

 

오죽하면 당시 일기에 그렇게 적었다.

 

"영국 애들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아무리 더러운 곳도 편하게 앉고, 그냥 잘 논다. 거기다 먹는 것도 정크 푸드보다 좀 더 깔끔한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나도 소호의 펍에 들어가서 편하게 맥주를 한 잔 하고 싶다."

처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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