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의 대성당 주변은 볼거리가 많았다. 도시 자체가 규모가 있는 편이라, 식당과 같은 상가도 많았다. 중간에 부족한 물건을 구하기도 좋은 곳이었다. 관광객이었다면 그저 숙소와 성당만을 구경하고 가겠지만, 순례객에게는 혜택이 있다. 바로 별도로 준비된 미사에 참석하는 것이다.
레온 대성당 - 13세기 경 지어진 성당
레온 대성당은 1400년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으로, 크기도 크고 스테인드 글라스도 화려하다. 박물관도 있기 때문에, 관광으로 방문하기도 좋다. 물론 기독교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더욱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당시 지어진 성당 건물들은 비슷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건물의 대체적인 배치나 모양이 유사하다. 특히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다.

레온 대성당의 종탑과 옆 회랑의 구조를 보면 전반적으로 13-14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조금씩 변하며 지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성당의 경우 Maestro Enrique, Simon, Juan Perez라는 건축가의 설계로 지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성당 내부에서 바라보게 되는 스테인드 글라스는 가히 장관이다. 정면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화려한 문양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600년 전 스페인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 화려했을 것이다.
1300년 무렵이면, 이 시기는 스페인의 역사에서 '레콩키스타'로 한참 이슬람 세력을 남쪽으로 밀어내던 때다. 국토와 종교 모두를 회복한다는 염원이 강할 때라, 큰 사업으로서 이 교회가 지어졌을 것이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던 우리 조상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세워진 성당들은 그저 종교적인 건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베리아 반도를 지키려는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더 화려하고, 거대하게 지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레온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유럽 전체에서도 꼽힐 만큼 아름답다고 불린다. 관광을 가는 입장에서도 그래서 들려볼 만 하다.
레온에서의 순례자 미사
레온에서는 순례자의 미사가 꽤 크게 열린다. 알베르게의 규모가 크다 보니 사람들도 많이 모이기 때문이다. 순례자 미사는 9시 30분에 열린다. 물론 알베르게에 안내된 시간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스페인의 여름 해가 특히 길다 보니 9시에서야 어둑해진다. 어둑해지고 난 뒤 사람들을 따라 같이 가면 축복 미사에 참석할 수 있다.

알베르게에 머무는 사람들도 많고, 봉사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조금 오다 보니 다른 곳보다 사람이 많은 편이다.
미사에 참석하면 전 세계에서 모인 순례자들이 읽을 수 있는 다국어 안내책자를 나누어준다.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어떤 내용을 진행하는지 적혀있다.

모두 모이면 이처럼 설명을 듣는 시간을 잠시 갖는다. 그 뒤, 안쪽 예배실로 이동하여 미사가 계속 진행된다.

순례자 미사는 안전을 기원하고, 서로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이 주가 되다 보니 정식 미사와는 달리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부담 없이 참석해 볼 수 있으니 순례길을 걷는다면 꼭 가보면 좋다.
도시마다 성당마다 느낌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마지막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할 때까지 체험을 한다는 느낌으로 방문해도 좋다.
미사는 약 한 시간가량 진행이 되었고, 미사가 끝난 뒤에는 알베르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 날 새벽 일찍 길을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