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잡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3. 2008년 6월 19일 테이트 모던

Ken. 2024. 6. 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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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여행 자체가 산티아고 순계길을 목표로 시작되었지만, 런던에서 일주일 정도를 보낸 뒤 프랑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유는? 런던으로 들어가는 티켓이 가장 저렴하다는 게 컸고, 가장 유명한 산티아고 순례길이 프랑스 남부에서 출발하는 길이었기 대문이다. 파리로 들어가서 기차를 타는 것도 괜찮았지만, 영국을 못 본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영국에서 시작하여 순례길에 들어가기로 했다.

 

2008년 6월 19일 - 테이트 모던(Tate Modern)

2008년 6월 리젠트 스트리트

런던의 일정은 언제나 1 존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테이트 모던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워털루 역에 내려서 테이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테이트 모던을 마주했다.

*지금은 테이트 미술관이라고 부르는 쪽이 더 많지만, 당시는 모던아트를 칭하기 위해 모던이란 이름을 꼭 붙였다.

 

2008년 6월 테이트 모던

테이트 모던은 옛날 화력발전소를 개조하여 만든 곳으로, 엄청나게 큰 공간을 자랑한다. 그리고 이름에 걸맞는 여러 현대미술품을 상설전시하고 있었다.

테이트 모던의 전경

아이러니하게도 건물이 너무 크다 보니, 전경을 담은 사진을 찍으려면 강을 건너가서 찍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해봐야 강 건너에는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으니, 그쪽으로 넘어가며 뒤를 돌아보면 된다.

 

세인트폴 꼭대기에서 찍은 사진

 

그리고 이렇게 세인트폴 대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면, 테이트 모던이 제대로 보인다.

테이트 모던의 벽면

2008년 당시에는 벽에 이러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MTV의 캐릭터 비비스 앤 벗헤드 같은 느낌도 나지만, 누구의 그림인지는 모르겠다. 당시엔 그저 벽에 그림이 항상 그려져 있는 줄 알고 지나갔다.

 

테이트 모던의 전시 관람료는 무료, 다만 관람객들에게 기부금(Donation)을 요청하는 모금함이 곳곳에 있었다.

 

내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진 않지만, 지금 나이의 내가 다시 간다면 조금이라도 넣을 것 같다. 2008년에 돈없는 학생을 공짜로 구경시켜 준 값으로다.

 

 

테이트 모던의 내부 채광창

테이트 모던 내부 공간은 엄청나게 높다. 그래서 채광창으로 만들어진 벽면마저도 예술품 같아 보였다.

 

테이트모던 입구

입구를 따라 들어온 메인 홀을 중심으로 엄청나게 넓고 높은 공간이 있었고, 여기를 기점으로 미술관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테이트 모던의 경우 현재 증축을 하여, 뒤로 전시공간이 더 늘어났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던 2008년 무렵에는 이 건물 밖에는 없었다.

 

엄청난 규모도 놀랍지만 모던 아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당시 봤던 작품들로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다.

 

2008년 당시 가장 놀랐던 점은 무엇보다도 'TATE' 라는 아이덴티티 아이템들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미술관이 이렇게 세련된 운영을 하지 않을 때라서, '테이트'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내부 카페와 여러 굿즈가 너무나도 신기했다.

 

지금에는 아무것도 아닌 '미술관 굿즈'지만, 이 당시 신선하게 봤던 기억이 있다.

테이트 미술관 전경

자유로운 무료 갤러리기 때문에 수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만, '대영박물관'과 '내셔널갤러리'가 있는 영국의 특성상 생각보다 인기는 없는 편이다.

 

그래서 현대미술품 관광객으로 돌아다니는 데에도 나름 괜찮았던 기억이다.

Cy Twombly 의 전시가 쓰여져 있다.

사진에 보면 '사이 트웜블리(Cy Twombly)'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의 추상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아무것도 찍지 못했다.

 

2008년 당시만 해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내에서 사진을 금지하는 경우도 많았고, 관광객인 나는 더더욱 조심스럽게 눈으로만 관찰했다. 그래서 건물 외관만 많고, 작품 자체를 남기진 못했다.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이제는 좀 사진을 남겨도 되긴 하지만 2008년의 갤러리들은 그게 아니었다.

 

테이트에서는 6파운드를 내고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방문을 기념하여 위트 있는 엽서를 샀다. 그리고 이 엽서는 나중에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주었다.

 

테이트 모던 구경을 마치고 나오게 되면 바로 정면으로 보이는 멋진 건물이 있다. 그게 바로 세인트폴 대성당이다.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걸어가기

밀레니얼 브릿지 옆으로 보이는 세인트폴 대성당

테이트 모던 구경을 마치면 적당하게 갈만한 곳이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이다. 눈 앞에 보인다는 이유도 있고, 날씨가 좋으면 이처럼 관광책자 같은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사실 무엇보다 여기를 향하게 만드는 것은 당시 유일한 도보전용 다리였던 '밀레니얼 브릿지'를 건너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브릿지

2000년 밀레니엄을 기념하여 완전 도보전용 다리로 만들어진 이 곳은 런던의 신선한 시도로 평가된 다리였고, 뉴스나 잡지로 보기만 했던 나도 이게 궁금하여 직접 건너보고 싶었다.

 

이 다리를 따라 걸어가면 무슨 런던 주민이 된 기분도 들고 그랬다. 다리를 건너다가 오른쪽을 돌아보면, 저 멀리 런던브리지가 보이기도 한다.

런던브릿지
세인트 폴 대성당

다리를 다 건너면 세인트 폴 성당이 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걸어가면 웅장한 건물이 나타난다.

 

세인트 폴 대 성당의 첨탑

 

세인트 폴 성당의 입장료는 당시 10파운드였다. 물론 지금은 성인 23파운드라고 한다. 인터넷 예약을 하면 조금 할인이 되고, 미사가 있을 때는 무료 개방이 된다.

 

10파운드를 내고 가야하는 곳은 성당 그 자체보다 결국 첨탑 끝의 전망대다.

첨탑 올라가는 회전계단

 

수많은 계단을 따라 첨탑 끝에 올라가게 되면 런던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남쪽 방향으로 내려다보이는 런던 시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던 '런던아이'
2008년의 런던 브릿지

런던아이가 생기기 전만 해도, 거의 유일한 시내 전망대였기 때문에 이걸 보러 가야만 했었다.

 

그런데 런던아이를 탄다면 굳이 여길 찾아올 이유는 없다. 그저 성당의 미술품과 시설을 감상한다는 핑계가 없다면.

 

사진에 보이는 수많은 타워크레인들이 무언가를 짓고 있었다. 20년이 가까이 흐른 지금, 아마도 이 풍경은 엄청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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