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잡담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4. 뮤지컬, We will rock you?

Ken. 2024. 6. 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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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의 영국은 여전히 쌀쌀했다. 사는 사람들 말로는 자동차에 에이컨 옵션이 들어간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비가 자주 오는 날씨라, 엄청 덥지도 않았고 솔직히 바람이 불면 너무 추웠다.

 

테이트 모던과 세인트 폴을 구경한 나는 걸어서 액세스 할 수 있는 곳들을 이곳저곳 가보기 시작했다.

여행은 도보가 최고다. 걸어다니면서 분위기를 직접 느껴볼 수도 있고, 사람구경 하기도 참 좋기 때문이다.

 

이 당시에는 몰랐지만, 사람구경이 즐거웠던 이유는 아무래도  출근하는 현지인들을 보며 나는 관광하고 있다는 기분을 만끽하는 티배깅(?)이 크지 않았나 싶다. 

코벤트 가든의 퍼포먼스

코벤트 가든의 예술가들

세인트 폴에서 대영박물관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코벤트 가든을 마주치게 된다.

 

홍대 같은 느낌이 있는 곳으로, 길에서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저 사진의 아저씨는 예술가라기보다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었다. 사진의 장면은 사람 배 위에 오이를 놓아두고 칼로 써는 차력(?) 쑈를 하는 중이었다.

이얍! 근데 하나도 안무섭다.

솔직히 이 당시에 좀 서서 지켜봤지만, 아저씨의 퍼포먼스가 부족했는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는 걸 느낀 아저씨는 곧바로 어깨에 걸고 있는 테니스채를 통과하는 쇼를 했다.

 

코벤트 가든에는 당시에도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며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코벤트가든

 

대영박물관 - 마르크스가 있었다고?

대영박물관 전경

이윽고 도착한 대영박물관은 역시나 '무료'다. 국영 미술관과 박물관은 무료로 운영하고 있어서 참 좋았던 점이다. 물론 다 훔쳐온 것들이기 때문에...

 

당시 한국 사람들은 여행을 가면 무조건 들려야 하는 리스트가 있었다. 대영박물관도 그 중 하나였다. 지금은 테이트 모던에도 사람이 많겠지만, 이 때는 대영박물관에 무조건 들리는 게 국룰이었다. 한국어가 이곳저곳에서 들렸고, 나도 내심 반가웠다.

 

대영박물관은 역시나 외국에서 잘 훔쳐온 것들을 전시하고 있다.

대영박물관 대표유물 황금...소? 수메르였나?

 

대영박물관의 상징 중 하나인, 이 유물 역시 여기에 있다. 이 분은 2005년 대영박물관 한국 특별전에도 오셨던 분이라, 반가워서 사진을 남겨두었었다.

 

일본 풍의 불상

그리고 아시아에서도 차곡차곡 잘 가져다 두셨다. 사진의 불상은 일본이나 중국 당나라 시대풍의 불상인데 보존상태도 좋게 잘 가져다 두었다.

 

갤러리와 서재 어느 그 중간

대영박물관은 갤러리와 서재의 중간 정도의 느낌인 이런 회랑들이 많다.

 

전시된 물품들이 너무 많아서 하나씩 보기 시작하면 몇 달이 걸릴 지경이다.

대영박물관 내부 중앙 현관

건물의 겉모습과 달리, 내부에는 이처럼 현대적인 돔을 만들어낸 중앙 현관이 있다. 여기 주변에는 다양한 조각상들이 있고, 여기에서 지도를 찾아 이곳 저곳 자신이 원하는 유물을 찾아 출발해야 한다. 인디아나 존스가 되는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한다.

 

대영박물관에는 마르크스가 앉아서 자본론을 집필했다는 책상이 있다. 정확하게는 대영박물관 도서관의 G7 자리라고 알려져 있다. 마르크스가 주구장창 거기서 책을 읽고 공부했다는 말이 있어서 나도 가보려고 했었지만, 정작 도서관엔 가보질 못했다.

 

마르크스가 분명 여기 있었다는 점에 놀라긴 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굳이 그 아저씨 자리를 방문할 이유도 있나 싶긴 하다. 내가 정치학자가 아니었다면 더더욱.

저렴하게 뮤지컬 감상하기 - 2008년 버전, 아이스크림도 꼭 먹어라.

지금도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 런던에는 TKTS라는 게 있었다. 소위 말하는 '땡처리 티켓'을 파는 곳이었다. 찾아보니까 아직도 활성화되어 있긴 하다. 런던 뮤지컬 티켓 사는 곳 TKTS

 

TKTS London - Last Minute Theatre Tickets | OLT

TKTS London is the number one place for London theatre deals. Get the best last minute theatre deals for London's West End at the TKTS booth.

officiallondontheatre.com

 

뮤지컬에 그다지 관심은 없었던 나였지만, 런던에서는 꼭 보라는 말이 있어서 저 TKTS라는 걸 찾아냈다. 

 

뮤지컬 극장가가 모여있는 레스터 스퀘어에 있는 TKTS는 마지막에 취소된 예약 티켓이나, 아직 남아있는 자리들을 파는 곳이었다. 그래서 공연시작 1-2시간 전까지도 티켓이 남아있는 경우들이 있었고 그걸 많이 할인해서 판매했다. 아마도 미리 예약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도 이처럼 티켓을 사러 가도 될 것이다.

 

보통은 가장 유명했던 '오페라의 유령'을 선택하지만, 나는 내가 뮤지컬 매니아도 아니었기 때문에 'We Will Rock You'라는 뮤지컬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퀸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로 가볍게 보는 내용이었다. 음악으로 사랑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창작극이라 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와는 아무 상관없다. 궁금한 사람은 이 영상을 참조하시길.

웨스트엔드 하이라이트 라이브 버전으로 보기

 

당시 한 자리 요금은 30파운드였고, 나중에 자리를 잡고 보니 내 옆 자리도 비었던 걸 보니 아마도 데이트가 취소된 것 같았다(ㅠ).

당시 내 자리의 뷰

 2층 자리였지만, 나름 자리는 괜찮은 편이었다. 2층 E열 35번 자리.

 

내용이 좀 유치하긴 했지만, 익숙한 노래가 나왔기 때문에 공연을 즐기기는 좋았다. 물론 당시 캐스팅 멤버가 누군지도 사실 잘 모른다.

시끌벅적한 인터미션 - 아이스크림을 챙겨라!

영국 뮤지컬을 보며 가장 놀랐던 점은 바로 인터미션이었다.

 

1부 절정이 끝나며 인터미션이 시작되자마자 신기하게도 '하겐다즈 컵 아이스크림'을 잔뜩 들고 온 아저씨가 들어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며 인터미션을 즐겼다.

 

사진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를 먹고 있는게 전부 컵 아이스크림이다.

 

신기하게도 공연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게 영국 문화라고 했다. 영화관에서는 팝콘을 먹는 건 미국 습관이고, 공연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영국 문화라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다.

 

영국에서의 뮤지컬은 나름 재미있었다.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이런 공연장을 가보자 여기도 다 재밌게 사람이 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그곳에 스며들어 살아보는 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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