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요리사들이 등장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중에서 8-9화의 주요 내용이었던 '팀 전'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본다.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분은 보고 오시길 바란다.

레스토랑 운영팀전 - 에피소드 8-9화
흑백요리사 에피소드 8-9화의 주요 내용이었던 '레스토랑 운영팀전'은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달려온 셰프들에게 새로운 시련을 안겨주었다.

셰프들은 헤드셰프를 정하고, 세 팀으로 나뉘었다. 헤드는 각각, 에드워드 리, 최현석, 트리플 스타였고, 이들과 함께한 셰프들은 나름대로 재미있는 밸런스로 팀이 구성되었다.
각 팀은 300만원의 비용을 지급받고 24시간 동안 메뉴를 구성한 뒤, 재료를 수급하여 2시간 30분 동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이 레스토랑 운영 미션에서 가장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 것은 단연 '최현석'이었다. 모두가 식당 운영의 경험은 많지만, 최현석의 경우 방송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방송이라는 특성을 감안한 메뉴구성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다른 팀들이 모두 '현실적인 가격'의 메뉴를 제시한 반면, 최현석은 특별한 고객들이 오는 방송용 식당이라는 점에서 메뉴의 객단가를 높이고, 익숙한 메뉴를 고급재료로 버무린 특이한 메뉴들을 제시하였다. 이름도 <억수르 기사식당>이고, 이 전략은 완벽히 적중하여 최종 매출액 1위를 차지하였다.
다른 팀도 많이 분발하였지만, 최현석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기 때문에 1위를 뺏기란 어려웠다.
하지만 이 부문 경연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따로 있다. 바로 '멤버 방출'이라는 방식이다.
왜 멤버 방출을 해야 했는가? 다른 방식은 없었을까?

레스토랑 운영의 틀이 잡히고, 한참 진행하던 중 갑자기 긴급 미션이 떨어졌다. 바로 각 팀에서 한 명씩 투표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출자들이 한 팀이 되어 새로운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것이 긴급미션이었다.
아마도 방송제작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컸기 때문에 이런 미션을 만들어 넣었을 거라 짐작된다. 하지만 이 회차를 지켜본 대부분의 사람들의 반응은 '엥?'이었다.
팀전을 준비하고 합도 맞추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상태에서 갑자기 팀원을 방출하며 분위기가 꺾여버리는 상황이었다.
두 팀에서는 자진해서 나가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아름다운 그림이 만들어졌지만, 한 팀에서는 진짜 진심을 담은 투표가 진행되어 한 사람이 방출되었다. 물론 방송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치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밤 12시가 넘은 상황에서 새롭게 구성된 팀은 재료 수급도 쉽지 않았고, 그러한 문제점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받지도 못한 채, 경연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결국 탈락을 하게 되어버린다.
이랬으면 어땠을까?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았던 제안
프로그램을 다 보고 나니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이 단체전 미션의 경우에는 이런 형태로 진행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1. 최현석 셰프의 방안은 너무나도 합리적인 방법, 이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했다.
최현석 셰프가 제시한 비싼 요리는 조금만 생각해도 도달하는 '무적의 방법'이었다. 해당 미션의 특성 상, '매출액'으로만 평가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개입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현석의 방식은 너무나도 적절한 방법이었다.
내 돈이 아닌 돈으로 요리를 시켜야 하는 '심사단'은 기본적인 궁금함 때문이라도 모든 요리를 한 번씩은 시켜볼 수밖에 없다. 이 상태에서는 가격이 비싼 최현석 셰프 팀의 요리가 무조건 우위를 차지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은 이 밸런스를 맞출 방법이 필요했다.
차라리 심사단이 요리를 먹고 이 요리의 가격을 정하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레스토랑의 '사업성'을 본다는 취지에 더 다가가기 위해서라면 심사단이 요리 맛을 볼 때마다 자신이 주고 싶은 가격을 입력하는 쪽이 나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같은 예산(300만 원)으로 만들어낸 음식들 중, 더 많은 심사금액을 획득한 쪽이 더 사업성이 좋다고 볼 수 있을 테니까.
2. 팀원을 방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팀이 등장했어야 했다.
팀원을 방출하는 방식은 솔직히 너무 별로였다. 경쟁을 계속하며 살아남은 셰프들의 편 가르기 같은 수준 밖에 되질 못했다.
차라리 제4의 팀은 방출된 팀원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전 라운드에서 떨어진 셰프들 중 다섯 명이 깜짝 등장하는 게 어땠을까? 다섯 명이 만든 새로운 팀은 똑같이 전력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이 팀은 마치 '메기'같은 역할을 하면서, 이 팀보다 매출이 떨어지면 무조건 탈락한다고 했다면 오히려 모든 출연진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팀원을 방출하는 방식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단순히 '마음이 불편해서' 뿐만 아니라, 방출 시점이 너무 늦어서 재료수급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한 점들을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공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요리사들의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다룬 흑백요리사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흑백요리사 시즌2도 제작된다고 하는데, 다음 시즌에는 이런 점들이 보완되어 더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제작된다면 좋겠다.
'흑백요리사' 돌아온다…"시즌2 확정, 내년 하반기 공개"
'흑백요리사' 돌아온다…"시즌2 확정, 내년 하반기 공개" , 김소연 기자,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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