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대한 것들

2007 대통령선거

Ken. 2007. 12. 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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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저마다 상대방 까기에 여념이 없고 한 후보를 향해서 모두가 '까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거기다 그 후보의 의혹까지 검찰에서는 '무혐의' 판정을 내려버렸고 덕분에 '도덕성'이라는 것은 더 이상 대통령의 필수요건이 아니게 되었다.

분명, 지금까지의 대통령 선거들은 (물론 제대로 이루어진게 세번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들은 점차적으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여왔다. (분명 국회의원선거에서 벌어졌던 '낙선운동'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어떻게 전과자가 국회의원이 되느냐, 따위의 논쟁이 이른바 네티즌 움직임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지난 대선에 벌어졌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병풍'도 결국은 가짜라고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될 사람의 자식이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작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반발을 샀고, 그는 힘없이 스러져갔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대법원장을 지낼정도라면 자기가 직접 자식 군대문제를 신경 안써도,
아래에서 '알아서' 빼준다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실을 두고, 10년도 내다보지 못한 사람에게
어떻게 5년짜리 대통령자리를 맡길 수 있냐고.

어떻게 보면, 이 두 사람의 말은 모두 옳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 지난 대선에서는 전자의 경우라 할지라도, "본인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군대를 안 간 것은 안 간 것이라는 후자의 편이 대세를 이루었다.

과연 무슨 여론조사가 그 따위인지는 몰라도, 자식을 사립초등학교 등 이른바, 좋은학교에 보내려고 위장전입도 하고, 회사에 자식을 위장취업시키고 있어도, 게다가 주가조작의 '혐의'까지 받았는데도 흔들림이 없다. 물론 이제는 그 두 개는 사실이고, 하나는 가짜라고 하고 있지만. 분명 지난 대선에는 '의혹'하나에도 흔들렸던 도덕성이라는 문제가, 아무런 존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증거주의원칙을 준수한 이번 검찰의 수사는 참으로 대견스럽다. 왠만한 것들은 몽땅 데려다가 진술하게 만들었던 과거의 검찰과는 확연히 달랐으니. 7-80년대를 지배하던 '니가 범인이다' 는 식의 유죄추정주의가 아닌,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누구나 무죄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였으니 검찰의 한걸음 진전이 자랑스럽다. 게다가 증거가 없으니, 관련자 소환도 필요없이 수사는 '무혐의 방면'이라는 종결을 맞이하였다. 제주도지사의 선거개입문제에서도 대법원은 '증거가 강제로 수집되었으므로 영장의 범위를 넘어선 수사는 무죄'라는 말을 하였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건들에서 이 무죄추정주의와 증거우선주의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관련자들의 피곤까지 생각해주는 친절한 배려는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을 보면 이런말을 하는 분들이 계셨다.
수업시간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에게 분필을 날리거나, 때리면서도

"내 수업시간에 졸든 말든 난 상관 안한다. 대신 걸리지만 마라"

그 말을 하면, 이른바 모범생들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힘겹게 버텼지만,
정말 잘 자는 친구들은 더 편하게 잠들었다.

뭐가 다른거지?
걸리지만 말라는 말에 순종하는 것은 준법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지,
대충 걸려드는 한계선을 습득한 상습적인 범법자가 아니다.

내 첫 대선투표는 이렇게 씁쓸한 상황이다.
게다가 선거법은 이것 저것 인터넷에서도 할 수 없게 하고 있으니.
차라리 내 선거권을 포기하고 싶다.
그러면 누가 당선이 되든 말든 다음 5년 동안은 마음 놓고 욕하고 무시할 수 있을테니까.


차라리 선거권 포기운동을 벌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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