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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요리를 사랑하게 되는 영화 - 영화 프렌치 수프(2023) 리뷰 (스포있음)

Ken. 2024. 6.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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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9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프렌치 수프(원제: La passion de Dodin Bouffant)는 2023년 5월 칸 영화제에 초청되어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다. 한국의 독립영화 배급사인 올랄라스토리가 주도하여 이번에 한국 개봉을 하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마티유 뷔르니아의 동명 만화인 '도댕 부팡의 열정'이다.

 

영화를 직접 감상할 분들을 위해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스토리는 글의 제일 하단에 정리한다.

영화 프렌치수프 공식 스틸컷

프렌치 수프 예고편

 

프렌치 수프 시놉시스

1885년의 프랑스, 외제니는 유명 레스토랑 오너 도댕 부팡의 셰프로 20년간 일해오면서 요리계의 전문가가 된다. 두 사람의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독특하고 맛있는 요리들을 창조하면서 전 세계의 미식인들을 불러 모았다.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감정이 싹텄지만, 외제니는 도댕과의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도댕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기로 결심한다.

 

영화의 배경은 1885년, 이미 프렌치 요리의 형식이 완성된 시점에 영화가 시작한다.

 

정확하게 묘사되진 않지만, 주인공인 도댕 부팡(브누와 마지멜)과 외제니(줄리엣 비노쉬)는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해왔다. 식당의 주인인 도댕은 요리사인 외제니의 재능을 흠모하고 사랑하지만, 그녀는 결혼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이자 동료인 관계가 이어져온다.

 

도댕은 외제니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녀에게 요리를 선보이고, 유라시아의 왕자와의 만찬에 선보일 요리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오랜 우정과 사랑을 요리라는 매개체로 녹여낸 드라마로, 오래된 친구나 연인과 본다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영화다.

 

복잡하고 어려운 프랑스요리를 보여주는 다큐같은 영화

 

영화의 대부분은 프랑스 요리를 만드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도댕과 외제니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요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침이 꿀꺽 넘어간다.

 

영화의 배경이 1885년이기 때문에, 그릴과 오븐도 옛날 방식으로 사용한다. 숯불을 피워서, 그릴 안에 숯을 채워 넣는 방식이다.

 

1885년 경에는 왠만한 프랑스 요리의 기술이 완성된 시점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오래된 방법으로 요리를 만드는 장면들이 나온다.

 

영화에 나오는 요리들이 그냥 대충 만든 것은 아니다. 미슐랭 3 star 셰프로도 유명하고, 한국에도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이 있는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가 직접 감수한 요리들이다.

 

한국의 피에르 가니에르는 서울 롯데호텔 35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프랑스 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라 알려져 있다.

 

서울 호텔 프랑스 레스토랑 -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 롯데호텔 서울

롯데호텔 서울의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프랑스 요리와 와인을 함께 즐기는 곳입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1스타에 선정된 프렌치 요리를 경험해 보세요 | 롯데호텔 서울 공식사이트

www.lottehotel.com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요리들을 감수하고 만들었을 뿐 아니라, 카메오로도 살짝 출연하여 폭풍 연기력을 선보인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영화 중간에 '유라시아 왕자'의 만찬을 준비하는 셰프로 등장하여 메뉴를 읊는다.

 

영화에는 도댕의 친구들이 미식을 즐기는 모습도 나온다.

이들이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만들 때 보다도 더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에는 이제는 금지된 오르톨랑도 등장한다. 영화에서는 멧새요리라고 번역되어 있다.

 

오르톨랑은 만드는 방법이 너무 잔인하고, 요리의 재료가 되는 새가 멸종위기에 처함에 따라 현재는 새를 잡거나 요리하는 게 불법이다. 프랑스 요리의 원로들이 해금을 요청하지만, 여전히 분위기가 싸하다고 한다. 천상의 맛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오르톨랑은 천을 머리에 덮고 먹는다는 불문율(?)이 있는 특이한 요리다.

 

===>>> 오르톨랑을 먹는 모습을 촬영한 1987년의 영상

 

이 영화는 스토리 곳곳에 프랑스 요리를 다큐처럼 잔잔하게 소개한다. 옛날 식의 프랑스 주방을 통해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요리에 들어가는 정성과 색감을 모두 잘 살려냈다. 영화를 보고나면 분명 프랑스 식당을 검색해 보게 될 것이다.

 

요리에 걸맞는 색감과 사운드까지 요리를 맛있게 보이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인 필름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제목은 왜 프렌치 수프일까?

영화 프렌치 수프는 프랑스어 원제나 영어 제목(The taste of things)과 전혀 다른 '초월번역'이 이루어졌다. 영화를 보고 나면, 프랑스 원제도 나쁘진 않고, 영어 제목도 나쁘진 않다.

 

프랑스어 원제인 '도댕 부팡의 열정'이라는 제목으로 보자면 주인공이 20년간 식당을 운영하며 음식을 연구한 것이나, 외제니에 대한 사랑도 보여줄 수 있어서 괜찮다. 영어 제목은 프랑스 요리 자체에 좀 더 집중한 느낌이 든다.

 

프렌치 수프라는 제목의 경우는 이 영화의 서사를 애정에 중심을 두게 된다. 외제니가 아플 때 만들어주는 요리나, 그녀와 함께 만들려는 요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포주의] 프렌치 수프라는 제목이 나쁘진 않은 이유

프렌치 수프라는 제목이 나쁘지 않다고 느끼려면, 영화의 내용을 모두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 영화 후반부의 스토리가 진행되니,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읽길 권한다.

 

영화의 중반부터 외제니는 원인 불명의 병에 시달린다. 별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던 외제니는 오랜 시간에 걸친 도댕의 청혼을 승락한다. 외제니는 도댕과 결혼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요리사 자리를 이어받을 후계자를 키워나갈 계획을 세운다.

 

이때 도댕은 유라시아 왕자에게 프랑스 요리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요리의 방점을 외제니와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 준비과정이 허무하게도 외제니는 병 때문에 급사하고, 도댕은 폐인이 되어 한참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도댕은 외제니의 후계자로 키우려고 했던 아이를 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새로운 요리사를 영입하여 식당을 다시 살려나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데리고 올 만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를 발견하고, 그 사람을 데리러 떠난다.

 

영화에서 도댕의 열정은 기본적으로 '요리'다. 근데 20년간 그 요리를 함께 성장시킨 사람이 외제니다. 그리고 외제니가 아프자 그녀를 위해 요리(수프)를 만들었고, 외제니와 함께 유라시아 왕자에게 선보이고 싶은 요리도 프랑스의 기본적인 수프 요리다.

 

그래서 프랑스어 원제인 '열정'은 요리를 향한 서사 전체가 보여주지만, '수프'라는 단어는 외제니와의 사랑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쌓인 우정과 사랑이 상징하는 음식이 수프인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도댕과 외제니의 우정과 사랑에 걸친 모습은 상당히 잔잔하면서도 리얼하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의 진짜 스토리가 함께 섞여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인 도댕의 역할을 맡은 브누와 마지멜과 외제니 역을 맡은 줄리엣 비노쉬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부부사이로 지냈다. 99년부터 2003년까지 동거를 하며 딸 하나를 두었다.

 

두 사람은 2003년 헤어진 뒤 20년 만에 이 영화로 다시 재회하였다고 한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실감 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실제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이 영화의 감독인 트란 안 홍 역시 자신의 데뷔작 <그린 파파야 향기 (1993)>을 찍으며 만난 부인 쩐느옌케를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니 부부이자 동료로 오랜 시간을 함께 산 동반자를 위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프랑스 요리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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