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藝術

한국 불교와 예술 - 관경십육관변상도

Ken. 2024. 6. 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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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예술 중에는 '불화'라고 불리는 분야가 있다. 불화는 일반 예술품처럼 그림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은 아니고, 그림에 남겨진 스토리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다음은 관경십육관변상도라는 작품에 대한 해설이다.

 

관경십육관변상도라는 그림은 같은 이름으로 여러 버전이 존재하고 있다.

관련기사 -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6477

 

14. 작자미상, ‘관경16관변상도’ - 불교언론 법보신문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중국 정토교의 대성자 선도‘관무량수경’에 감동 느끼고도작에게 염불왕생법 받아말법시대서 생사 벗어나는 데정토문이 가장 빠르다고 확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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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경십육관변상도란 어떤 그림일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불교 경전 중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본품(本品)을 설명해놓은 그림이다.

 

신라와 고려시대에 아미타사상이 유행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제작된 경우가 많다.

 

이 불화는 현재 학회에서 고려시대의 불화(高麗佛畵)중에서도 아미타여래계(阿彌陀如來系)의 불화로 분류하고 있다.

 

아미타여래와 극락세계를 표현한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을 신앙의 바탕으로 하여 제작한 그림이 '아미타여래계'라 불린다.

 

고려시대에는 종파를 초월한 통불교적으로 많이 그려졌다고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의 작품인 관경십육관변상도는 관무량수경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기에, 현재의 불화(佛畵)작가들도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제작하고 있다.

 

관경십육관변상도 외에도 정토경에 등장하는 마가다 왕국의 비극적 사건을 표현한 서분변상도라 불리는 그림도 존재한다. 마가다 왕국의 사건은 여섯 장면에 걸쳐 묘사한 그림으로, 엄연히 불화로서 존재하고 있다.

 

관경십육관변상도, 고려시대
관경십육관변상도 - 고려시대 일본 서복사 소장 중

관경십육관 변상도의 특징

관경십육관변상도는 전체적으로 극락정토의 모습을 한 번에 조망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가운데 아미타불이 중심에서 설법을 하고 있으며, 아미타불의 위에는 천인들이 아미타불을 수호하고 있다.

 

경전의 내용을 충실히 따른다면, 아미타불을 수호하려는 천인 뿐만 아니라 설법을 들으러 온 천인도 있을 것이다. 정토삼부경의 마지막에는, 천인들이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돌아가는 장면이 있기에 함께 묘사가 되어 있다.

 

아미타불의 주변에는 여러 보살과 부처가 같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의 불화작가가 그린 극락십육관경도와 비교해 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현대의 작품에서는 아미타불 양 옆으로 아미타불과 비슷한 크기로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이 같이 있는 모습의 극락을 그리기도 한다. 그리고 품계에 따라 연꽃으로 화생, 혹은 환생을 한다는 모습이 그림 가장 아래쪽에 표현되어 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원래 극락에는 축생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에 표현된 동물들의 모습과 보석으로 지어진 누각의 모습이 함께 나타난다. 극락에 있는 동물들은 모두 아미타불이 현현한 것이라 표현한다. 극락의 모든 곳에 아미타불의 설법이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 불화에는 특이한 요소가 있다. 그림의 양 옆에 작은 원으로 그려진 작은 그림들이다. 여섯 개의 원이 각각 양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원 안에는 '관법'을 표현한 내용들이 있다. 관무량수경에서 이야기한 열 여섯 가지 관법에 대한 내용이다.

 

해를 생각하는 관, 물을 생각하는 관 등, 설법에서 이야기 하였던 관법을 그림으로 그 형상을 구체화하였던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

다치바나 다카시가 정리하여 발간했던 임사체험이라는 책이 있다. 이제는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지만, 이 책에는 임사체험을 스스로 유도하는 한 사람이 나온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은 오랜 기간 단식을 통하여 몸을 정화하고 자기 최면을 걸어서 그와 같은 체험을 한다고 말한다.

 

임사체험 상

1991년 NHK에서 방영된 동명의 특집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위해 일본과 미국, 캐나다, 인도, 유럽 등 전세계에 걸쳐 사전 취재를 했던 방대한 내용과, 프로그램 방영 후「문예춘추」에 연재하면서

www.aladin.co.kr

 

임사체험이란 책을 보고나서 이 그림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관무량수경에서 이야기했던 열여섯 가지 관법은 일종의 최면 유도과정과 같이 극락을 바라보는 눈을 만드는 수련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미타불이 지칭하는 대상을 생각하며, 그에 대한 집중을 통하여 깊은 명상에 이르면 극락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경험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방법이란 생각이다.

 

인도 문화권에서 가장 성스러운 글로 인정되고 있는 베다(Veda)의 경우, Rsh(르시:선인-仙人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산스크리트 어)가 깊은 명상을 통하여 얻은 깨달음을 글로 남긴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베다(Veda)를 썼다’고 표현하지 않고, ‘베다(Veda)를 보았다’고 표현한다. 즉, 깊은 명상의 상태에서 나타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정신활동을 통하여 정토에 이르게 하는 것이 바로 관무량수경에서 석가모니불이 이야기하고 싶어 했던 정토를 관(觀)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그림은 경의 내용을 잘 몰라도 극락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된 것이라고 본다. 경을 읽을 수 없더라도, 언제나 이 그림을 보며 수행한다면, 그 사람들도 극락에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정토를 가시화(可視化)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정토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정토사상을 전파하는 하나의 광고 매체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그림을 의미로만 해석해 버리면 그림 자체가 지닌 매력과 품위를 놓치게 될 것 같다.

 

이 관경십육관변상도는 그런 의미 외에도 구석까지 정밀하게 그려진 정교함 그 자체로, 그리고 정토에 대한 돈독한 신앙을 바탕으로 조상들이 이룩한 예술장르로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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