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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7. 순례자길 최고의 밤, 잊을 수 없는 그라뇽(Grañón)의 밤

보통 나헤라(Nájera)를 지나면, 또 만나게 되는 큰 도시인 산토도밍고 델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Calzada)에서 머물게 된다. 하지만 이곳 평판이 좋지 않아서 마을 하나만 더 걸어가자고 결심한 이 날, 나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나헤라에서 그라뇽까지 - 끊임없이 이어지는 벌판 나헤라를 빠져나오고 산토도밍고 델라 칼사다까지 걸어가는 길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구간이다. 하늘은 이렇게 멋있지만, 햇빛을 피할 곳이 하나도 없는 벌판이 계속된다. 저마다 가방에 구겨넣은 자신의 인생을 짊어지고 그냥 뚜벅뚜벅 걸어간다.뜨거운 태양 아래서 두 세시간 쯤 걷고 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리가 계속해서 걸어간다.조그마한 마을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잠깐의 짬을 내어 음료를 마시..

인생잡담 2024.06.1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6. 로그로뇨에서 나헤라까지

2008년 7월 4일, 로그로뇨를 출발해서 나헤라까지 걸어간 날이다.  산티아고 순례자길을 따라서 걸으면, 이것보다는 조금 짧게 걸어갈 수 있다. 약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산타 마리아 데 라 아순시온 성당 (Iglesia Santa María de la Asunción)로그로뇨(Logroño)는 나름 커다란 동네라서 대성당(Concatedral)이 있다. 규모가 상당히 큰 성당이다. 한국으로 치면 상위 교구에 해당하는 성당이다. 로그로뇨를 출발하면서 그런 성당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로그로뇨를 빠져나오면 곧 만나게 되는 게, 바로 이 폐허다. 산 후안 데 아크레(San Juan de Acre)다.옛날 순례자들이 아팠을 때, 이들을 보호해주고 간호해 주던 병원 터다. 이 건물도 예전에는 성당에서 ..

인생잡담 2024.06.17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5. 한국음식을 해먹는 날

2008년 6월 30일, 로스 아르코스에서 로그로뇨(Logroño)까지 걸어간 날이다. 아침 일찍 달리자: 7시 20분 출발산티아고 순례길은 정말 덥다. 6월 중순부터는 해가 정말 뜨겁게 내리쬐고, 기온은 약 30도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습도가 낮은 사막 같은 곳이라서 해가 지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 밤이 되면 살짝 춥다고 느껴질 정도다. 해가 가장 강해지는 12시부터 2시에 걷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매일 조금이라도 더 일찍 출발하게 되었다. 아침 7시 20분에 준비를 다 마치고 다음 도시인 로그로뇨로 출발했다. 길은 아스팔트와 흙길을 넘나든다. 신나게 걸으며 가다 보면 작은 마을을 여러 개 지난다. 오래된 건물들이 유지되고 있는 작은 마을들을 지나다 보면, 책에서나 볼 것 같은 광경이라 신비로울 때가..

인생잡담 2024.06.13

프랑스 요리를 사랑하게 되는 영화 - 영화 프렌치 수프(2023) 리뷰 (스포있음)

2024년 6월 19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영화 프렌치 수프(원제: La passion de Dodin Bouffant)는 2023년 5월 칸 영화제에 초청되어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다. 한국의 독립영화 배급사인 올랄라스토리가 주도하여 이번에 한국 개봉을 하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마티유 뷔르니아의 동명 만화인 '도댕 부팡의 열정'이다. 영화를 직접 감상할 분들을 위해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스토리는 글의 제일 하단에 정리한다.프렌치 수프 예고편 프렌치 수프 시놉시스1885년의 프랑스, 외제니는 유명 레스토랑 오너 도댕 부팡의 셰프로 20년간 일해오면서 요리계의 전문가가 된다. 두 사람의 음식에 대한 애정으로 독특하고 맛있는 요리들을 창조하면서 전 세계의 미식인들을 불러 모았다.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영화에 대해서 2024.06.12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4. 순례자들에게 뿌리는 공짜 와인? 이라체(Irache)

산티아고 순례자길이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무슨 게임처럼 매일 새로운 이벤트가 있다는 것이다. 에스테야(Estella)의 알베르게에서 맞이한 아침도 그렇게 시작했다. 노래로 시작한 에스테야의 아침2008년 6월 29일, 일요일이라 특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벽 6시 알베르게에 노래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대부분 침대에서 누워서 노래를 들으며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노래가 다 끝나자 모두 침대 속에서 앙코르를 외치며 웃으며 일어났다. 별 거 아닌 노래 한 곡으로 기분 좋은 아침이 시작됐다. 식당에 모여서 빵과 과자, 우유나 커피 등을 마시면서 가볍게 아침 요기를 하고 일곱 시 무렵이 되자 모두 출발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로스 아르코스(Los Arcos)라는 곳으로, 나름 큰 동네에 해당하..

인생잡담 2024.06.12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3. 에스테야(Estella)까지

하쿠에 호텔에서 조금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서, 또다시 아침 일찍 걸음을 옮겼다. 호텔 정원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아주 상쾌했다.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에서 에스테야(Estella)까지 2008년 6월 28일, 이 날의 코스는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테야까지 약 20Km 정도였다.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 같이 걷게 되었던 형의 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도로를 타고 걷기로 했다. 원래 길을 따라간다면 흙길을 계속 걸었을 테지만, 거리를 좀 줄이기 위해서 직선 도로를 따라 걸었다. 물론 이 때는 몰랐다. 흙길을 걷는 쪽이 컨디션 회복에 더 좋았다는 것을. 딱딱한 아스팔트를 계속 걷는 것이 오히려 근육 긴장을 높여서, 걸을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걸 이때까진 잘 몰랐다. 푸엔테 라 레이나는 ..

인생잡담 2024.06.10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2. 바람과 용서의 언덕 페르돈, 12세기 성당 에우나테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사진에 등장하는 몇 가지 명소들이 있다. 초반 일정에 꼭 등장하는 명소가 바로 '페르돈 언덕'이다. 이 페르돈 언덕을 넘으며 가기 위해, 이 날은 좀 많이 걸었다. 구글에 검색하면 거리가 이렇게 나오지만, 사실 페르돈 언덕을 넘어서 우테르가(Uterga)까지는 직선거리에 있다. 그래서 시간은 조금 더 짧은 편이다.새로 정비를 하고 떠난 팜플로나2008년 6월 27일, 평소 같았으면 새벽 여섯 시 무렵에 이미 준비하고 출발했겠지만, 이 날은 좀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캐나다로 돌아가는 친구를 배웅하면서 신발도 새로 사야 했다. 그래서 여덟 시가 되어서야 느긋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온 스테판과, 프랑스에서 온 마쥬는 며칠 같이 걸으며 친해진 친구들이다. 그러나 이 날을 마..

인생잡담 2024.06.09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11. 대도시 팜플로나(Pamplona)에 도착!

2008년 6월 26일 셋째 날의 순례길은 정말 짧게 움직였다. 짐을 좀 줄이기 위해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짐을 보내려고 하기도 했고, 신발도 문제가 슬슬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도시였던 팜플로나에 머물기로 했다. 라라소아냐에서 팜플로나까지 라라소아냐에서 팜플로나까지는 약 15km 정도, 며칠 걸은 거리에 비하면 정말 짧은 거리다. 똑같이 새벽 6시 무렵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출발했기 때문에 오전에 걷는 일정이 모두 끝이 날 정도다. 전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진 캐나다 친구와 함께 걷기 시작하다 보니 아트라비아(Atrabia)라는 동네에 도착했다. 라라소아냐에서는 약 2시간가량 떨어진 곳이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팜플로나'에 포함되는 것 같지만, 도심 한복판에서는 거리가 조금..

인생잡담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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